보험사 '자동 청구 시스템' 개발 vs 수의사 "진료기록 제공 의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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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 10살 된 코카스파니엘을 키우고 있는 이지은(40)씨는 반려견이 나이가 들면서 펫보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살 된 강아지를 받아주는 보험사를 찾기 어려웠다. 또 막상 가입하려고 보니 보험료에 비해 보상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씨는 결국 노령견을 키우고 있는 지인들의 조언을 들어 보험 대신 적금에 들기로 했다.
# 5살 된 푸들을 키우고 있는 김신영(43)씨는 최근 펫보험 가입을 위해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상담을 받고 나니 가입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슬개골 탈구 수술을 한 이력 때문에 슬개골 보상은 받기 힘들 뿐만 아니라 가입 절차도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다. 또 가장 많이 병원을 많이 찾게 되는 질병에 대해선 지원을 받기가 어려웠다. 100% 만기 환급 보장도 아니라 차라리 적금을 드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면서 다양한 펫보험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펫보험 가입절차가 복잡하고 보험혜택 또한 제한적이어서 '차라리 적금을 드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같은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동물진료 기록 제공 여부를 놓고 보험업계와 수의업계가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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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보호자들…"펫보험 가입 필요성 못느껴"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Δ삼성화재 '애니펫' Δ메리츠화재 '펫퍼민트' Δ롯데손보 '마이펫보험' Δ한화손보 '펫플러스' Δ현대해상 '하이펫' ΔDB손보 '아이러브펫' ΔKB손보 '사회적협동조합반려동물보험' 등이 출시됐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펫보험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시민분들에게 반려동물 보험에 관해 물어봤을 때 보험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필요성 못 느낀다는 의견,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며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지금의 보험 상품들은 한 회사에서 만들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비슷해 보호자들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유기견을 입양한 경우 개의 정확한 나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이 어렵다. 또 나이 제한이나 발생하기 흔한 질병은 보장받을 수 없어 보호자들 사이에선 '보험에 가입하느니 적금이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채 팀장은 "국내 의료비 자체가 해외보다 아주 비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호자의 입장에선 의료서비스를 받는데 있어서 정보가 너무 적고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적정의료비 산정'과 '개체식별' 두 가지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하고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의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펫보험 상품의 가입 가능 연령은 대부분 만 6~8세 정도로 갱신주기는 대부분 1년, 최대 3년이다. 펫퍼민트와 마이펫보험, 사회적협동조합반려동물보험을 제외하면 고양이를 대상으로 보험은 없다. 반려견에서 3대 질환인 피부질환, 근골격계 질환은 특약 가입 시 보장되거나, 보장된다고 해도 수술한 이력이 있는 경우 심사 후 거절될 수 있다. 질병 예방을 위한 중성화 수술 등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CEO 리포트 반려동물보험 해외운영 사례와 시사점 원고'에 따르면 현재 국내 펫보험은 연간 보험료 규모가 10억원 내외로 일본(500억엔)의 0.2%에 불과하다. 가입률 역시 0.02%로 스웨덴 40%, 영국 25%, 노르웨이 14%, 네덜란드 8%, 일본 6% 등의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펫사료협회가 발표한 '2018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견을 키운다고 답한 응답자의 87%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보험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31.9%, 보험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서 29.4%, 보험료가 부담되어서 22.3%, 원하는 보험상품이 없어서 8.8%, 개의 나이가 많아 보험 가입을 할 수 없어서 5.6% 순으로 나타났다. 고양이 보호자들 역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똑같은 순으로 나타났다.
◇ 보험사 '진료비 자동청구 시스템' 개발 vs 수의계 "진료기록 제공 의무 없어"
현재 펫보험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은 크게 '동물등록제 강화'와 진료비 '표준수가제' 두 가지다. 미등록 동물의 경우 개체식별과 연령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손해율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천차만별인 동물병원 진료비 역시 보험사의 적정 보험료 산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등록률이 쉽게 오르지 않는 데다 표준 수가제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보험사들이 펫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것이 '보험금 자동 청구 시스템'이다. 보험개발원은 최근 동물병원 진료 후 즉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해지도록 반려동물보험 진료비 청구시스템인 'PO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A보험사도 업계 최초로 '보험금 자동 청구 시스템'을 도입해 국내 약 60%의 동물병원에서 복잡한 절차 없이 보험금이 자동 청구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일부 동물병원에서는 수의사법과 충돌된다며 진료기록부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 회장은 "작은 동물의 경우 자가진료를 원칙적으로는 금지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큰 동물은 일부 처방제에 포함된 약품을 제외하고는 자가진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진료기록부가 무분별하게 공유됐을 때 부작용을 우려해 수의사법은 의료법과 달리 동물병원의 의료기록 사본을 손해사정인은 물론 보호자에게조차 제공할 의무가 없다"며 "하지만 근래 모 보험사에서 나왔다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손해사정사)이 '(본사)약관에 나와 있으니 당연히 줘야 한다'는 듯 진료기록을 요구했는데, 이는 초법적 행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익이 아닌 사익을 목적으로 만든 회사의 '약관'을 만드는 데 있어 논의 한번 한 적 없는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그 약관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처럼 강요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는 설명이다. 또 진료기록부를 악용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모든 책임은 동물병원에 있고 그 피해는 보호자에게 돌아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현재 농림부가 진료 공시제를 추진 중이지만 사람에 대한 의료는 국가에서 예산이 지원되는데, 동물 의료는 정부의 지원이 사실상 없다"며 "정부가 당장 보호자들이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고 하니 사실관계 파악이나 동물진료에 대한 이해 없이 서둘러 만들려고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진료비 '표준수가제'는 정부가 표준진료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반면 공시제는 동물병원 개설자가 정해진 진료 항목에 대해 벽보, 책자 등을 이용해 진료비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제도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동물병원마다 다른 진료체계 표준화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진료 항목과 진료비 등을 고시·게시하는 방안을 두고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표준 진료코드 체계를 마련하고 동물진료 관련 용어를 다듬을 계획이다.
yeon737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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