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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정부 제안 '강제징용 해법'…日도 국내서도 찬밥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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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즉각 반대 / 국내서도 피해 당사자와 기업서 외면 / "G20 앞둔 설익은 방안" 지적

세계일보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한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해법’이 하루 만에 찬밥신세다. 일본 정부 측에서 즉각 반대입장을 내비친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피해 당사자 측과 기업에서 외면하는 상황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일 관계를 개선해보고자 설익은 방안을 내놓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일본 정부 관계자가 회견 등을 통해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 한국 정부 관계자와 직접 만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전날부터 “일본 정부의 진지한 검토를 희망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기업의 자발적 기금 조성 방안이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로 지속되는 한·일 갈등에 해결 실마리를 가져오길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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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역 광장의 `강제징용 노동자상`


반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같은 날 정부가 내놓은 제안에 대해 “국제법 위반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므로 일본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고 NHK가 전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이 국가 간 조약으로 국제법과 다름없는 효력을 지닌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피해자 측도 정부 해법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19일 자료를 내고 “한국 정부 입장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인정’과 ‘사과’에 대해 아무런 내용이 없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절차적 측면에서도 한국 정부 입장 발표 이전에 대리인단 및 지원단을 포함한 시민사회와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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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가족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며 만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피해자 측과 사전에 교감하지 않은 것은 ‘사인 간 거래에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른 측면이 크지만, 이제라도 피해자 측을 대상으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시간을 갖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민모임도 “한국 정부 입장 전달은 양국 간 협의를 개시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출연 대상이 될 수 있는 한국 기업들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청구권 자금으로 설립돼 출연 대상 1순위로 꼽히는 포스코는 “외교 문제가 걸려 있는 사안이라 확인하고 있다.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출연 가능성이 제기되는 다른 기업들도 “금시초문”이라며 우선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사전 협의 없이 불쑥 발표된 제안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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