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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가까스로 햇빛 본 국산 ‘심전도 워치’, 건강 사각지대 밝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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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의 건강한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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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출시된 애플워치의 최신 버전 ‘애플워치4’는 타사 스마트워치엔 없는 심전도(ECG·심장의 전기 활동) 측정 기능이 탑재돼 화제를 모았다. 놀랍게도 애플워치4보다 3년이나 더 빠른 2015년에, 국내 의료기기 스타트업인 ‘휴이노’가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장치(이하 심전도 워치)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용화되지 못하고 묻힐 뻔했다. 당시 정보통신기술(ICT)를 앞세운 ‘원격 의료’에 대한 규제 때문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ICT 분야의 규제 샌드박스(새 제품·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시켜 주는 제도) 1호로 휴이노의 심전도 워치 ‘메모 워치’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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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전도 측정 중인 메모 워치.




애플워치4와 메모 워치가 심전도를 측정하는 원리는 같다. 심전도를 기록·저장하고 기록된 것을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는 기능도 비슷하다. 하지만 사용 목적이 다르다. 애플워치4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정상적인 심전도를 수집하는 반면, 메모 워치는 심장 질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활용된다.

의료기기로 승인 받은 메모 워치는 고대 안암병원에서 향후 2년간 환자 2000명 이내에 한해 시범 가동한다. 환자의 심전도 정보가 스마트폰에 그래프로 나타나고 원격으로 의사에게 실시간 전달된다. 의사는 전송 받은 데이터를 보고 정기적으로 피드백할 예정이다. 병원 밖(원격)에 있어도 환자의 심전도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해 언제, 어디서든 의사가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의사는 데이터를 보고 ‘지금 병원으로 급히 와야 한다’ 또는 ‘안정을 먼저 취하라’ 같은 안내를 환자에게 고지할 수 있다. 단 이런 모니터링 자체가 현시점에선 의사의 진단·처방으로 이어지진 못한다. 미국·일본·중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현행법상 원격 의료 중 ‘원격 모니터링’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데다 ‘원격 진료’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ICT가 의료기기에 접목되면서 풀어야 할 규제 더미가 산적해 있다. 난제가 해결되면 원격 의료 시대가 열어갈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향후 5년간 2조원 이상을 바이오헬스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발표된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전략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기술 사용을 촉진해 의사의 진료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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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뜬 심전도 그래프. [사진 휴이노]


의료기기에 ICT의 날개가 달리면 의료서비스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그동안 퇴원 후, 주말, 공휴일엔 병원 밖 환자는 방치된 셈이나 다름없었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가 보편화되면 병원 밖에서나 응급상황에 원격으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향후 원격 진료가 합법화되면 의사가 당장 내 앞에 없어도 진료·처방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킨 만큼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아끼는 데도 기여할 전망이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수단으로 ICT 집약체인 스마트폰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정부 부처 간, 단체 간 이해 다툼에서 벗어나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 장벽을 허물고 기술 개발을 촉진해 국민 건강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때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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