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달라진 미스터피자…값 내리고 뷔페식 바꾸니 매출 3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체 272개 매장 중 29곳 리뉴얼

배달앱 대신 전단지 광고 역발상

본사도 치즈값 내려 점주와 상생

중앙일보

지난 7일 점심시간, 경기 성남시 미스터피자 야탑점을 찾은 방문객이 샐러드바를 이용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1월 ‘피자 뷔페’로 바꾼 후 매출이 40%가량 늘었다. [사진 미스터피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야탑역 4번 출구 앞 미스터피자 매장, 30개 테이블이 거의 차 있었다. 분식과 배달음식이 주종을 이루는 역세권 상권에서 평일 점심시간에 카페형 매장의 만석은 드문 일이다. 이동석(54) 점주는 “지난 1월 리뉴얼 이후 손님이 늘었다”며“지난달 매출이 작년 5월보다 40% 늘어 1억원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 점주는 미스터피자 본사와 협의해 지난 1월 ‘피자 뷔페’로 바꿨다. 피자를 뷔페식으로 내놓고, 샐러드·음료는 무제한 제공한다. 가격은 성인이 평일 1만900원(점심·저녁), 주말 1만1900원으로 미취학 아동(7900원)이 있는 가구는 3만원이면 주말 저녁 외식을 할 수 있다.

가격만 내린 건 아니다. 매출 중 식재료비(부자재 포함) 비중은 오히려 높였다. 이 점주는 1억 매출 중에 식재료비로 42%를 썼다. 그만큼 이익률은 떨어졌다. 이씨는 "1억 팔아 1000만원 정도 남겼다”며 "작년 5월처럼 7000만원 팔았으면 밑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가성비 뷔페로 가기로 한 만큼 가격을 낮춰서라도 손님을 끌어오는 게 맞다”며 "배달 음식이 판치는 외식업에서 카페형 매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5월 매출 기준으로 매장 매출은 46% 늘고, 배달은 20% 줄었다. 이씨는 "리뉴얼 전 매장과 배달의 비중이 6대 4에서, 리뉴얼 후 7대 3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에도 변화를 줬다.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배달 앱 광고를 줄이는 대신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전단 광고지를 뿌렸다. 이씨는 "하루 400장씩 돌렸더니 한 달 뒤에 하루 평균 10팀 정도가 ‘전단을 보고 찾아왔다’고 하더라”며 “신기할 정도였다. 온라인이 대세라고 해서 무조건 온라인 광고를 늘리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피자 뷔페’로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272개의 매장 중 29개의 매장 리뉴얼을 마쳤으며, 올 연말까지 9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훈래 미스터피자 매장재활성화프로젝트팀장은 “기존 매장 리뉴얼은 5000만~6000만원이 들어가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점주들이 과감한 재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꼭 필요한 부분만 바꾸는 ‘타깃 리뉴얼’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본사 관계자는 “리뉴얼을 진행한 매장은 매출이 20~30%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본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 감소했다.

미스터피자의 변신은 사면초가의 다급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2016년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 사태’ 이후 본사는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까지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 코스닥에서 상장이 폐기된다. 또 갑질 사태 전 430여 개에 달했던 매장 중 40% 문을 닫았다. 본사 관계자는 “매장이 살아야 본사가 살아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리뉴얼을 단행한 이유”라고 말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치즈 가격도 내렸다. 본사 관계자는 “현재 치즈 10㎏ 가격은 8만4700원(부가세 포함)으로 2016년(8만7395원)보다 내렸다”고 말했다.

‘갑(본사)’과 ‘을(점주)’ 간 다툼이 생존이라는 절박한 상황을 맞아 자연스럽게 사라진 셈이다. 실제로 이동석 점주는 “11년 전 오픈할 때 간판 비용을 3300만원 받던데, 이번엔 1200만원이었다. 본사도 확실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