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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이수정 교수 “고유정, 경계성 성격장애 가능성…피해자에 대한 동정심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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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오른쪽)이 범행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 오후 3시25분쯤 범행 사흘 전 전 구입했던 청소용품 중 일부를 환불받고 있다. 제주 동부경찰서 제공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내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을 두고 다양한 견해를 드러냈다.

10일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제부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만나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고씨가 범행 사흘 후 제주를 빠져나오면서 강씨의 시신 일부를 바다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튿날 경기도 김포에 있는 부모 소유의 아파트에서 시신을 추가 훼손한 뒤 유기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고씨의 이 같은 범행 수법은 범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충격적이라는 평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오후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사이코패스나 경계성 성격장애는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며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 고유정은 거기에 더해 정서가 굉장히 불안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 남편을 상대로 한) 면접교섭권 재판에서도 소란을 피웠는데, 이는 냉혈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이코패스와 약간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이코패스에 일부 부합하는 특징이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봐서는 정서의 불안정성이 특징인 경계성 성격장애일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며 “어쨌든 성격장애이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은 아마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고유정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 “양육권 다툼 만으로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고유정이 양육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남편이 면접교섭권으로 법적인 시비를 거는 것을 일종의 자신에 대한 적대감의 표현이라고 이해를 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면접교섭권을 허용하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것인데,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보니까 앙심을 품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시신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훼손했다”며 “한때 배우자였던 사람을 잔인하게 분해할 정도면 역대 가장 잔인한 범인을 보고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나미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몇 년 사이 인기를 끈 드라마나 영화를 모방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그런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왔던 것들과) 범행 행각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범행 사흘 전 흉기와 표백제, 부탄가스, 고무장갑 등을 구입하고 범행 후 태연하게 남은 표백제를 환불한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한 번 충격을 주고 있다.

정확한 검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고씨가 사이코패스적 특징인 공감능력 결여의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한 전문가들도 있다.

임명국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같이 살던 남편을 토막 낸 뒤 표백제를 사용하고, 이걸 또 환불하는 일련의 과정은 이성적 사람의 범행으로 절대 설명하기 어렵다”며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매우 냉담한, 죄책감이 결여된 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서적으로 둔감하고 잔인함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특성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고씨가 사이코패스라고 추측할 수 있다”고 봤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사이코패스의 95%는 범죄와 일탈 사이를 오가며 살고 5%만이 범죄와 연관된 삶을 산다”며 “여태까지 평온하게 살아온 것으로 보이는 고씨의 범행을 촉발한 요인이 무엇이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3월2일 충북 청주의 자택에서 고유정의 네살배기 의붓아들이 숨진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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