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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판다①] "하나투어, 7억 미지급…돈도 안 주고 여행객 떠넘겨"
<앵커>
헝가리 유람선 사고 이후 여행사들의 외국 패키지 관광 상품에 대해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광객들 안전보다 가격을 먼저 따지는 것 아닌지 전반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저희 끝까지 판다 팀이 그동안 업계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내부 관계자들이 털어놓은 패키지 관광상품의 실태를 오늘(10일)부터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최고운 기자가 홍콩에서 취재한 내용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자>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를 고소한 현지 여행사가 있다는 말에 끝까지 판다 팀은 밤 비행기를 타고 홍콩으로 향했습니다.
[안녕하세요. SBS입니다. ]
새벽 2시를 넘긴 시간, 현지 여행사 사장의 입에서는 그간의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방 모 씨/홍콩 현지 여행사 사장 : 소송 안 하려고 했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돈도 많이 들고, 고생도 하고. 저도 생계를 이어가야 되는데. ]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다들 말리는 소송을 결심한 이유.
한 마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 모 씨/홍콩 현지 여행사 사장 : 최소한 돈은 줘야 할 거 아니에요. 너무 오랫동안 미수를 두니까. ]
사장 부부는 2010년부터 하나투어와 계약을 맺고 여행객을 받았습니다.
도매상 격인 하나투어가 한국에서 여행객을 모아 보내면 사장 부부가 홍콩에서 각종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식입니다.
하나투어는 그 대가로 현지 여행사에 '지상비'라는 명목의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초창기에는 지상비가 제대로 들어왔는지 따져보지 못했지만,
[방 모 씨/홍콩 현지 여행사 사장 : (처음엔) 정말 몰랐었어요. 9천 명, 5천 명 너무 큰 행사를 하다 보니까 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
갈수록 못 받은 돈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 현지 사장의 주장입니다.
[방 모 씨/홍콩 현지 여행사 사장 : 몇 개월 지나니까 (못 받은 돈이) 몇천만 원 되고 1년 되니까 1억이 넘어가고. 계속 미수를 깔게 된 거죠. ]
사장 부부가 따져보니 2010년부터 2018년까지 7억 원 넘게 못 받은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현지 여행사들은 매달 많게는 수천 명의 여행객을 하나투어로부터 받았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 한마디 하지 못했던 것은 이들의 생계가 하나투어에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지 여행사가 하나투어와 맺은 계약서를 보면 하나투어와의 합의 없이는 다른 국내 여행사와 업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갑의 위치에 있는 하나투어는 지상비를 덜 주다가 아예 지상비를 깎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장 부부는 이미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상비를 더 깎으면 적자가 감당이 안 된다며 하나투어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하나투어가 보내주는 여행객이 몇천 명씩 줄더니 지난해 말에는 협력사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현지 여행사가 하나투어에 보낸 메시지 : 저희는 서울에서 보낸 팀(여행객)이 하나도 없습니다. 미수도 미수지만 팀이라도 있어야 가이드한테 면이 설텐데. ]
[방 모 씨/홍콩 현지여행사 사장 : (홍콩에서) 1등 했던 회사였는데 지금은 초라한 회사가 됐어요. ]
하나투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몰린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는 홍콩 현지 여행사에 줄 돈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 차원의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정기윤/하나투어 홍보팀장 : 해당 팀에서 공유했던 내용은 맞는 것 같아요. 회사는 모르는 상태에서 홍콩 일이 있었던 거죠. 전문 조사인이 조사하면 그걸 가지고 저희가 조치하고. ]
또 여행객 배정이 줄어든 것은 보복성 조치가 아니라, 다른 업체와 균형을 맞추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싸움의 이면에는 패키지여행이 줄어드는 데 따른 손해를 현지 여행사에 떠넘기려는 본사의 갑질이 자리 잡고 있다고 여행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현지 사장도 누군가 제기해야 할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방 모 씨/홍콩 현지여행사 사장 : 하나투어가 1등을 하면 1등의 나쁜 짓을 뒤에 있는 사람이 따라가요. 여기서(본사) 못하니까 해외에서 자꾸만 쥐어짜는 거예요. 그걸 다른 2군 패키지 여행업체들이 따라가고 있다는 거예요. 나쁜 걸 따라간다고요. ]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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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판다②] 하나투어 직원 폭로 "실적 맞추려 미지급"…이중장부 입수
<앵커>
그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업계 내부 구조를 짚어보고 가겠습니다. 여행 가려는 사람이 하나투어 대리점을 통해서 100만 원짜리 패키지 관광 상품을 샀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하나투어는 먼저 대리점에 수수료를 얼마 떼준 뒤에 크게 두 군데로 돈을 보냅니다. 하나는 항공사고 하나는 외국 현지에 있는 여행사입니다. 이렇게 약 80%의 돈을 보내고 나면 나머지가 하나투어 본사의 수익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현지 여행사에 돈을 덜 주거나 아예 주지 않아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돈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외국에 관광객을 계속 보내고 있다는 것인데 앞서 보신대로 하나투어는 일부 지역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경영진 차원에서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부 관계자의 폭로가 나왔습니다.
이어서 강청완 기자입니다.
<기자>
하나투어 본사 직원들이 SBS 끝까지 판다 팀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하나투어가 현지 여행사에 줄 돈을 일부만 지급하는 관행이 거의 모든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하나투어 본사 직원 : 전체가 다 그렇게 하고 있어요. (액수는) 추정이 거의 불가능… 영세업체들은 이걸 계속 이렇게 하다 보면 그냥 망해버려요. ]
실무진 차원의 욕심이 아니라 경영진의 실적 압박이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나투어 본사 직원 : 하나투어가 12월에 항상 이듬해 사업계획을 해요. '내년도 목표치는 올해 매출 성장액의 몇 %를 달성할 것이다'하고 이제 분기별로 쪼개거든요. ]
미리 정한 목표치보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현지 여행사에 돈을 덜 주는 방식으로 목표치를 맞춘다는 겁니다.
[하나투어 본사 직원 : (현지 여행사에) "야, 우리 이번 달 목표 달성해야 되니까 500만 원만 줄게. (나머지) 500은 다음에 줄게" 이래요. 그리고 그걸 안 주는 거예요. ]
끝까지 판다 팀은 하나투어 본사가 작성한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미지급금 자료 일부를 입수했습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수백 건의 미지급금 내역이 기록돼 있습니다. 공식 회계 자료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하나투어 본사 직원 : 하나투어 내부에서는 이제 부르기 쉽게 이중장부 정리한다고 얘길 하고 있거든요. 청구금액하고, 회계 정산 장부에다가, 자기네들이 정산을 해놓는 장부랑 틀린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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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장부를 따로 관리하기 때문에 세무조사에서도 전체 규모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이야깁니다.
[하나투어 본사 직원 : 국세청 조사4국에서 나왔거든요. 다 털렸는데 발견을 못 했더라고요? (윗선에서) 말 맞추고, 없다고 해라. 불필요한 이런 자료들은 날려라 그랬는데 찾아내질 못한 거 같더라고요. 엄한 다른 것만 해 가지고 추징하고 나갔거든요. 싸게 했어요. 우린 그때 되게 쫄았거든요. ]
하나투어의 실적 관리를 위해 현지 여행사들이 고통을 감내하는 구조입니다.
[하나투어 본사 직원 : (현지 여행사가) 숨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송금하는 거예요. 정말 막 죽기 전까지만. 일단 이걸로 버텨봐, 이 정도. 양아치 짓이죠. ]
이런 갑질의 고리를 끊어 보자는 게 내부 직원들이 폭로에 나서게 된 이유입니다.
[하나투어 본사 직원 : 아닌 것 같아요. 점점 이게 갈수록. 지금은 너무 도를 넘어가다 보니까. 회사에서는 실적이 안 좋아진 이유를 외부에서 찾아요. 그런데 저희 같은 직원들이 볼 때는 내부 문제가 크거든요. (바꾸지 않으면) 그냥 서비스 후진국으로밖에 못 남아요 우리나라가. ]
<앵커>
오늘 저희가 전해 드린 내용은 여행 업계 내부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까지 그 피해가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이런 일을 직접 겪었거나 잘 알고 계신 분들의 추가 제보를 기다리겠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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