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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일제 강제징용 재판 논의한 소인수회의, 김기춘·윤병세 누구 말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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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오른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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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재판에서 대법원과 청와대, 외교부·법무부가 한 자리에 모여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논의한 이른바 ‘소인수회의’의 개최 배경을 놓고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 요청으로 회의를 열었다고 주장하고, 반대로 윤 전 장관은 청와대가 주도했다고 반박하며 책임을 넘기는 모습이다.

검찰은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김 전 실장의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했다.

조서를 보면 2013년 12월 1차 소인수회의를 열게 된 배경과 관련해 김 전 실장은 검찰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로부터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보고받은 박 전 대통령이 잘 챙기라고 지시해 저도 그제서야 챙기게 됐다”며 “박 전 대통령의 지시와 국무총리 보고, 사법부를 상대로 의견을 제시하고 싶어하는 (윤병세) 외교부장관의 ‘열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가 관계자들을 오시라고 부탁해 회의를 했다”고 진술했다. 윤 전 장관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외교부 의견을 전달하고 싶어해 회의를 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윤 전 장관은 다르게 증언을 했다. 윤 전 장관은 “제 기억에는 제가 소인수회의를 소집해달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없다”며 “제가 소집을 요청했다기보다는 대통령 말씀을 어떻게 이행하는 게 좋을지 상의했고, 그 일환으로 (김기춘) 비서실장이 회의를 주재한 게 아닐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장이 차한성 대법관에서 박병대 대법관으로 바뀐 뒤인 2014년 10월 2차 소인수회의에 대한 진술도 마찬가지다.

김 전 실장은 “윤 전 장관이 박병대 처장에게도 (일제 강제징용 사건 관련) 외교부 입장을 설명하기를 희망했다”며 “그래서 제가 다시 한번 자리를 주선했다”고 했다.

반면 윤 전 장관은 외교부가 소인수회의에 대해서 내내 수동적인 태도였다고 했다. “여러 정황상 외교부가 주도적으로 소집해달라고 말할 여건과 상황이 아니었다. 청와대가 박 전 처장 임명을 계기로 (회의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게 윤 전 장관의 말이다. 윤 전 장관은 또 “회의가 열리면 외교부 입장을 다시 설명할 기회라고 봐서 자료를 준비해간 정도였다”고 했다.

소인수회의 참석자들이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보면 회의 때 윤 전 장관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외교부는 피해자들 손을 들어준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김 전 실장은 “윤 전 장관이 (외교부 작성 문건을) 거의 읽다시피 하면서 설명했다”며 사법적 해결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현실을 고려해 대법원 판결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외교부 문건 내용도 언급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공개한 차한성 전 처장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면 차 전 처장도 “외교부에서 법원 판결에 대해 왜 외교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판결을 하냐는 불만을 제기했다”고 진술했다. 차 전 처장은 또 “정부에서 재판 외적인 해결방법을 강구중이라고 하면서 대법원 판결 선고 때문에 지장이 있으면 안되니 재판을 늦춰줄 수 있느냐고 했다”며 “처장이 재판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며 우회적으로 거절의 의사표시를 했다”고 했다.

특히 차 전 처장은 “외교부가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질문해 외교부는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 의견을 낼 방법은 없고 진정서를 낼 수는 있지만 법적 효력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은 임 전 차장 재판에서 “저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윤 전 장관은 “대법원 판결에 방향성을 주면서 예단을 갖게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대법원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지간에 국제법적인 부분을 좀 더 충실하게 포함시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라고 했다. 1·2차 소인수회의에는 황교안 현 자유한국당 대표도 법무부장관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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