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푸틴과 정상회담 / ‘신시대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 / 習 “中·러, 국제정세 변화의 시련 견뎌내” / 푸틴 “교역 작년 1080억달러… 초과달성” / 경제·기술·외교안보 등도 공동대응키로 / 中, 對美보복으로 보잉機 구매 중단할 듯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와의 전략적인 연대를 강화하면서 ‘반미연합 전선’ 구축에 나섰다. 외교·안보, 경제·기술 등 각종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미국의 총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6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신시대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앞서 양자 회담 직후 양국 간 새로운 전략적 협력관계를 규정한 ‘새로운 시대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 관계 발전에 관한 공동 성명’과 국제적 협력 내용을 담은 ‘현시대 전략적 안정성 강화를 위한 공동 성명’ 등 2건의 문서에 서명했다. 미국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양측은 이날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를 통해 반미 연합전선을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美 보란 듯… 악수 하는 두 정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크레믈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신시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서에 각각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모스크바=신화통신연합뉴스 |
시 주석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을 겨냥해 “중·러 관계는 국제 정세와 내부 변화로 인한 시련을 견뎌냈다”며 “우리는 양국 관계를 사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도 단독회담에 앞서 “작년 설정한 양국 교역 1000억달러 목표를 1080억달러로 초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은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좋은 동료”라고 치켜세웠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경제 및 기술 협력, 외교·안보에 대한 공동대응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북핵 해법으로 ‘동시적·단계적 해결’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성명에서 “양국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일치하는 평가를 갖고 있다”며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과학기술 분야 협력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양국 정부와 기업이 참여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중·러 과학기술혁신펀드’를 조성키로 하고, 에너지· 산업· 우주 분야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 옮겨붙는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보복 타깃이 된 화웨이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최대 유·무선 통신사인 모바일텔레시스템즈(MTS)와 손잡고 내년까지 러시아 전역에 5G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양국은 장거리 여객기와 중형 헬기를 합작 생산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선 올해 말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중국 수출을 위한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이 가동에 들어간다.
이에 맞서 미국은 네덜란드에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촉구했다. 피트 훅스트라 네덜란드 주재 미국대사는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에서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 당국의 스파이 행위를 막으려면 새로 구축되는 5G 이동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전면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보잉을 미국에 대한 보복 수단의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보잉사와 중국 항공사 간에 현재 300억달러(35조원), 100여대에 달하는 보잉 777-9와 777X 기종 거래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항공기 구매 계약이 난관에 직면했다. 중국 항공사들이 “정부의 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항공기 구매 예약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역전쟁이 악화하면서 중국이 보잉을 타깃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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