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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밀착카메라] '아 옛날이여'…추억의 가판대, 거리 애물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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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길거리에 있는 가판대를 혹시 자주 이용하시는지요. 최근에 편의점이 늘면서 가판대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한때는 시민들의 활력소였지만 이제는 거리의 천덕꾸러기가 된 가판대들을 밀착카메라가 담았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시에서 허가를 내준 가판대입니다.

과거에는 버스 토큰이나 신문, 그리고 과자나 음료 등을 팔며 시민들의 편의 시설 역할을 해왔는데요.

90년대에 4000여개가 넘던 가판대는 최근 들어 구두수선대와 합쳐 2000개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가판대가 줄어든 직접적인 이유는 거리마다 우후죽순 생긴 편의점입니다.

2시간 동안 편의점과 붙어 있는 가판대를 비교해봤습니다.

편의점에는 손님이 쉬지 않고 드나드는 반면, 가판대를 찾은 손님은 단 3명 뿐이었습니다.

[편의점 관계자 : 200 정도요. (하루에 한 200만원 정도요. 그러면 손님 수로는 한 1000명은 하루에 온다고 봐도 될까요?) 그 정도 돼요.]

[정영자/가판대 운영 : 내가 어제 교통카드 2만원, 2번씩 (충전) 들어가고 여기 껌 1000원씩 파는데 딱 6만원어치 팔았어요.]

제가 나온 서울 종로 등 시내에는 이런 가판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최근에는 이렇게 문을 닫은 곳이 많다고 합니다.

주변에는 이런 편의점들이 있어서 손님들이 몰리기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 가판대들이 문을 닫는 날이 많다고 합니다.

가판대 운영자들은 손님이 없어 하루 종일 문을 열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장우진/가판대 운영자 : 남대문 건너가는 지하도 차도까지 8개가 있어요. 근데 지금은 다 문 닫고 안 해요. 현재 나 혼자 있는 것 같은데.]

신용카드를 쓰지 못 하는 곳이 많은 것도 가판대가 외면받는 이유입니다.

[김려진/서울 강동구 :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출퇴근 시간에 길이 복잡해서 불편하긴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일부 고령의 상인들은 신용카드 거래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가판대 운영자 : 제일 안 되는 이유는 카드. 뭐를 하나 사도 카드를 써. 난 여기서 카드 기계 안 놔.]

최근 미세먼지로 가판대들이 더 외면받고 있는 상황.

[김해수/경기 광주시 : 가판대 별로 이용 안 해요. 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들이 다 묻어 있는 것 같아서 별로…]

음료나 과자 등 기성품만으로는 수익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간편식을 만들어 파는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가열기구를 이용해서 조리하려면 허가가 필요한데요.

알고 보면 무허가로 영업 중인 곳이 많습니다.

[A가판대 : 허가는 안 받았지만, 구청에서 지금 눈감아주는 거죠. 암암리에 그냥 넘어가고 원래는 안 된다고…]

단속을 해도 불법 영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B가판대 : (단속 걸리신 적도 있어요?) 그럼, 과태료가 50만원이야. 어떻게 해. 할 수 없는 거. 먹고살아야지.]

복권이나 로또를 허가없이 팔다 적발된 경우도 있습니다.

로또명당으로 소문난 가판대들인데요.

1등을 수차례 배출하면서 그동안 장사가 잘 됐던 곳들이라고 하는데요.

지금은 로또는 팔지 않는다고 써붙여져 있고 가판대도 아예 열지 않았습니다.

한 때 수천만원에 달했던 가판대는 2007년부터 거래가 금지됐습니다.

지금은 손님들의 발길까지 줄면서, 아예 영업을 포기하는 가판대도 늘고 있습니다.

[정영자/가판대 운영 : 그때 당시 7천만원을 주고 샀지. 20년이 넘었죠. 죽으면 그렇게 끝나요. 구청에서 좌지우지하는 거야.]

일부 가판대의 경우 장애인이나 노숙인 등에게 맡기지만, 영업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군밤 가판대 운영자 : 노숙자 했던 사람이 왔었어. 그 사람이 석 달 버티고 갔어, 석 달.]

거리 미관과 통행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서울시는 강제로 없앨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때 정보의 창구이자 시민들의 활력소가 됐던 가판대가 이제는 거리의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자체나 개인에게만 그 책임을 넘길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공중전화 부스가 생활 편의 공간으로 거듭난 것처럼, 가판대와의 상생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턴기자 : 곽윤아)

정원석, 정철원,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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