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윗에 언급되면 사업 끝”
IT 업체들 미·중 사이 딜레마
"한국 기업 앞에 선택할 수 없는 문제 놓여"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우리 회사 이름이라도 한번 언급하면, 그 순간 사업은 끝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선 회사 이름조차 언급하지 말아달라."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한 고위 임원이 3일 털어놓은 이같은 말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IT업계의 난처한 입장이 그대로 녹아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한국의 화웨이 통신장비 수입, 연 5000억원 미만
양 측 싸움에 가장 입장이 복잡한 회사는 삼성전자다. 이재용 부회장이 토요일인 지난 1일 고위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장기적 근원적 경쟁력'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단기적으로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분야에 호재일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웃을 수만은 없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 주요 고객으로 미국의 애플·AT&T·버라이즌과 함께 중국의 화웨이,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등을 꼽았다. 이들 기업에 대한 공급량이 전체 매출의 14%라는 수치도 공개했다. 화웨이 제품의 판매량이 줄면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매출도 그만큼 빠진다는 의미다.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의 시한연장을 알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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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글로벌 공급체인 무너질 땐 2차 피해
SK하이닉스도 입장이 비슷하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6조7700억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3조1600억원)를 중국 시장에서 올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0%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충칭에 반도체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현지 자회사만 13개에 달한다. 이렇게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무역 분쟁에 휘말릴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 통신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이동통신업계도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5G 무선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인 LG유플러스 측은 3일 "아직 (화웨이 부품) 배제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통 3사는 최근 통신 재난 사태에 대비한 유선망 이원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화웨이 부품을 주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2 사드 사태' 안되도록 조용하고 치밀한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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