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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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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빅5 병원도 가지 않은 길, 뇌 질환 치료 롤모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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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탐방]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국내 최초 뇌 질환 전문 병원

다학제 진료, 장비·시설 완비

개원 1년 만에 치료·연구 성과

중앙일보

인천성모병원 뇌병원은 국내 최초의 시도다. 뇌혈관 질환, 퇴행성 뇌 질환뿐 아니라 모든 뇌 질환을 진료하는 전문 의료기관을 표방한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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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만 해도 정신분열병(조현병) 환자 치료는 끔찍했다.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것이 치료의 전부였다. 그 구멍으로 악령이 빠져나와야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그나마 귀족들이나 받는 치료였다. 시대가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르네상스 시대가 되자 뇌 수술실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뇌수술 기구가 개발됐지만 무자비함은 여전했다. 조현병 환자의 전두엽 전체를 들어냈다. 이상행동은 나아졌지만 환자는 바보가 됐다. 전두엽을 선택적으로 일부만 잘라내는 수술을 개발한 포르투갈의 신경학자 에가스 모니스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정도였다. 고작 70년 전(1949년)의 일이다. 지금은 고려조차 하지 않는 치료다.

그만큼 뇌 질환 치료의 발전은 더뎠다. 그후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지만 인류는 뇌 질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균 수명 연장과 함께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은 가장 위협적인 요소가 됐다. 뇌혈관 질환은 여전히 가장 많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보다 전문적인 연구와 치료를 위한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이 지난해 6월 개원한 뇌병원은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발맞춘 시도다.

2005년부터 집중적으로 토대 닦아


최근 10여 년간 국내 많은 대형병원과 대학병원이 암병원을 열었다. 암 치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전문 인력과 장비를 한곳에 모으고 가장 효율적인 검사·진단·치료·재활 프로세스를 구현했다. 병원들은 저마다 흩어져 있던 진료과와 암센터를 모아 암병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그 어떤 병원도 이런 시도를 뇌 분야까지 넓히지 못했다. 인천성모병원이 국내 최초다. 이른바 ‘빅5’ 병원을 포함한 유명 대학병원도 센터 규모에 그치거나 혈관 질환에 집중한다.

인천성모병원이라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센터를 병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중복 투자를 의미한다. 경영 측면에선 비효율적인 구조다. 뇌 질환만을 위한 추가 장비·시설·인력을 별도로 둬야 한다. 인천성모병원은 암병원도 이미 갖춘 터였다. 뇌병원 장경술(신경외과) 교수는 “뇌병원은 모든 인프라를 완전히 새로 갖춰야 하기 때문에 영리 개념으로 보면 비효율적”이라며 “어쩌면 주체가 종교기관이기 때문에 그릴 수 있는 큰 그림과 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게다가 인천성모병원은 이미 뇌병원의 토대를 닦아 왔다. 어느 곳보다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운영하던 인천성모병원의 전신인 성모자애병원은 한때 경영난에 허덕이던 병원이었다. 2005년 가톨릭 인천교구가 인수해 인천성모병원으로 바뀐 뒤 병원은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다. 차별화를 위해 뇌신경외과에 투자했다. 당시 지역에 환자가 많았던 뇌출혈·뇌경색 치료에 집중했다. 치료 성적이 좋자 환자가 몰리고 명성이 쌓였다. 이후 뇌종양 치료도 강화했다. 인천 지역에서 발생하는 뇌종양 환자의 60%가 서울로 이탈하던 때였다. 최소한 인천 지역 뇌종양 환자 치료는 모두 소화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현실화했다. 퇴행성 신경 질환, 운동장애 및 수면 질환 등 전문 분야를 확대했고 뇌 질환 관련 모든 분야를 ‘톱클래스’로 끌어올렸다. 그만큼 뇌신경센터의 규모는 커졌고 뇌병원의 필요성이 제기되던 시기와 맞물렸다.

효율성 높은 진료·연구시스템 안착
중앙일보

인천성모병원 뇌병원은 지상 6층, 연면적 1만8500㎡ 규모에 204병상과 각종 전문치료 시설을 갖췄다.




인천성모병원은 뇌병원에 신경과·신경외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마취과 등 모든 관련 과의 의료진과 장비, 시설을 모았다. 그리고 이들 과를 한 동선으로 연결했다. 뇌졸중 집중치료실, 인지기능검사실, 뇌기능치료센터, 방사선치료센터, 혈관촬영실 등 특화된 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암병원에 도입하는 다학제 진료를 활성화해 전문화·세분화의 한계를 극복했다.

성과는 실제 진료에서도 드러난다. 어지럼증이 심했던 박기범(가명·61)씨는 영상 검사 결과 미세한 뇌출혈이 있었다. 근데 뇌혈관 조영술을 통해 혈관 기형까지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박씨는 출혈량이 적다 보니 어지럼증만 치료하면 발견조차 어려운 경우였다. 뇌병원 의료진은 진단 후 수술에 돌입했다. 개두술로 혈관 기형이 생긴 곳으로 들어가는 분지혈관을 모두 제거했다. 혈관 기형이 남아 있으면 뇌혈관이 터질 가능성이 1년마다 1%씩 증가한다. 혈관 파열의 싹을 미리 잘라버린 것이다.

연구 성과도 눈에 띈다. 원내 뇌과학중개연구소와 연계한 치매·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연구도 활발하다. 전기자극치료(DCS)와 저초음파자극치료를 통한 치매 치료 효과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신경과 송인욱 교수는 “전기자극치료가 치매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지 연구 중이고 저초음파자극이 간질을 멈춘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며 “저초음파자극의 치매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하버드 연구진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성모병원은 비침습적 뇌 자극을 통한 퇴행성 뇌 질환 치료 연구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신경외과 허륭 교수는 “우리 뇌병원이 앞으로 집중하게 될 분야는 치매”라며 “전기자극을 통한 신경전달물질 활성화와 수술로 치매를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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