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이 탑승한 유람선 침몰 사고를 두고 헝가리에서는 75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선박 사고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24hu에 따르면 임레 호르바트 헝가리 해운협회 사무총장은 "75년 전 헝가리 벌러톤 호수에서 선박 충돌 사고가 일어나 이번 사고보다 인명 피해가 컸던 적이 있었다"며 "이번 사고는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다뉴브강에서 선원으로 27년간 일한 한 대형 유람선의 승무원 언드라시 쿠르벨리는 BBC와 인터뷰하면서 이번 사고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오랫동안 우려했던 사고였다고 밝혔다. 그는 BBC에 "다뉴브강에서는 수많은 영세 선박이 대형 크루즈선 사이로 위태롭게 운항한다"며 "이런 관행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추돌한 바이킹 크루즈선에 대한 과실 문제도 제기됐다. 헝가리 인터넷매체 인덱스는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이 방향을 급격하게 틀면서도 유람선(허블레아니)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며 "허블레아니의 비극이 과실로 초래됐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바이킹 시긴이 충돌 이후에도 구조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운항했다는 점을 들어 바이킹 시긴이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과속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침몰한 유람선을 추돌한 대형 크루즈선 탑승객들은 "사고가 순식간에 일어났다"며 "어떠한 충돌도 느끼지 못했다. 물속에 있는 사람들을 봤을 뿐이다. 끔찍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털어놓았다. 대형 크루즈선 탑승객들은 자신들이 탄 선박 뱃머리에 긁힌 흔적이 뚜렷했지만 추돌 당시 충격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탑승객들의 이 같은 진술은 가해 선박과 피해 선박 간 크기 차이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가해 선박은 135m에 이르지만, 피해 선박은 27m에 불과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킹 시긴은 95개 객실이 있는 해상 호텔급 선박이다. 바이킹 시긴에 타고 있던 관광객 진저 브린턴은 AFP통신에 "우리는 발코니에 있었는데 '도와 달라'고 소리치는 물속의 사람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뭔가에 부딪히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단지 물속의 사람들을 보았고 정말 끔찍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세계적 관광지인 다뉴브강은 사고 여파로 슬픔에 잠겼다. 현지 시민들이 곳곳에 가져다 놓은 국화와 촛불이 유람선 사고로 숨진 한국인의 넋을 위로했다.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충격을 받은 피해자 가족들은 31일 현지로 출국했다. 참좋은여행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께 피해자 가족 10명이 사고가 발생한 헝가리로 떠난 것을 비롯해 이날 피해자 가족 40여 명이 현지로 출국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 4개 항공편에 나눠 사고가 발생한 부다페스트로 향했다.
[김덕식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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