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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바다도 아닌데 사고 나겠어?” 한강서도 헝가리 사고 아랑곳 않는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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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사고에도…구명장비 위치 담은 안전방송 흘려듣는 승객들

-유람선 승객 “구명조끼 입고 타라면 안타겠다…불편한데 왜 입나”

-구명조끼 있으면 뭐하나…현행법상 5톤 크루즈엔 착용 의무 無

헤럴드경제

[30일 여의나루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 유람선의 모습. 해당 유람선에 탑승한 199명의 승객 중 구명조끼를 자발적으로 착용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 김용재 인턴기자/ kyj19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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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김용재 인턴기자]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등 35명을 태운 유람선이 침몰해 국민 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실종됐지만, 국내 수상안전을 둘러싼 시민들의 의식은 여전히 희미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철저해진 선박관리를 통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더라도, 착용의무 조항은 없는 탓에 “굳이 입어야하냐”며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나루역 크루즈 유람선 선착장은 단체 견학을 온 중고교생과 일반 시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성인 195명, 소인 4명을 태운 크루즈가 출발했다. 시끄러운 갑판 위에 서 한강을 바라보고 있자 안전교육 내용을 담은 녹음 방송이 흘러나왔다. 선내 어느 위치에 구명조끼와 구명부환 등 안전장비를 배치했는지 안내가 흘러나왔지만, 승객 중 귀담아 듣는 이는 많지 않았다. 승선인원보다 많은 수백개의 구명조끼를 배에 싣고도 ‘입고 탑승하라’는 권유 역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안내방송 내용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승객들도 넘쳐났다. 방송이 끝난 후 단체 견학 온 중고생들에게 그 내용을 묻자 “무슨 방송을 말하는 거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바람소리와 엔진소리에 방송 소리가 쉽게 묻히는 데다 특별히 승객들의 집중을 요하지 않은 탓이다.

이날 단체 견학을 온 김모(16ㆍ운남고) 군은 방송 내용이 기억나냐는 질문에 “방송이 나오는 줄 몰랐다”며 “중요한 방송이었냐”고 되물었다. 옆에 있던 또다른 김모(16) 군 역시 “게임방송 유튜브를 보느라 관심이 없었다”고 답했다.

구명조끼 입는 내용을 귀담아 들었다고 자신하는 김모(14ㆍ남양주중) 군은 “아까 선장님이 입는 법과 위치를 알려줬다”면서도 “구명조끼 입고 타라고 하면 안 탈거다. 부해보이고 불편한데 왜 그렇게 해야하냐”고 답했다. 해당 크루즈 유람선은 총 승선인원이 120%에 해당하는 구명조끼(성인 549개ㆍ소인 140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성인 195명과 소인4명 중 구명조끼를 착용한 승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구명조끼함은 여러사람이 힘을 합쳐야 열 수 있을 정도로 무거웠다. 짧은 시간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구명조끼를 입어야 하는 유사상황이 발생할 경우, 아이들이 손쉽게 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현행법은 소인 역시 성인과 마찬가지로 구명조끼 착용을 ‘선택사항’으로 두고 있다. 한강사업본부 수상안전과에 따르면 구명조끼를 수백개씩 갖추고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착용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유선 및 도선사업법 17조 규정에 5톤 이상 선박에 대해서는 구명조끼를 입혀야 한다는 구체적 규정은 없다. 오리배, 모터보트 등 5톤 이하의 배마저도 반드시 착용하고 승선하라는 지침만 있을 뿐이다. 번거로워 입지 않겠다 주장하면 관리주체도 손쓸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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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크루즈 유람선을 탑승한 승객들의 모습. 사진= 김용재 인턴기자/ kyj19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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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후에 재빨리 구명조끼를 꺼내 입기만 하면 안전한 것일까. 수난구조대의 설명은 달랐다. 반포 수난구조대 관련자는 “배가 전복되는 상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구명조끼 입을 시간이 있다고 확언할 수 없다”며 “구명조끼는 승객의 ‘생명줄’이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안전장비를 미착용한 채 한강에 빠졌다면 생존확률은 매우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헝가리 유람선만큼 대형 인사사고는 없었지만 한강에서도 크고 작은 수상 사고는 수시로 발생한다. 지난 30일에도 운항하던 여객선이 좌초돼 승객들이 수난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 이날 오후 6시 4분께 동작대교 밑을 지나던 50톤짜리 여객선 로얄크루즈가 모래턱에 걸려 좌초되면서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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