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7초만에 완전히 뒤집혀"…'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재구성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 한국인 7명 사망·19명 실종]

머니투데이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한 유람선에 다수의 한국인이 타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사진=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야경이 아름다웠던 다뉴브강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이 됐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로 한국인 7명이 숨졌고, 19명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사흘째인 31일(현지시간)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사고 상황을 재구성해봤다.

한국인 여행객 30명과 인솔자 1명은 지난 25일 인천에서 출발했다. 친구, 가족 단위 관광객 9개 팀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유럽으로 떠났다.

여행은 이날부터 6월2일까지 7박9일.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등 발칸 반도 2개국을 투어하고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 등 동유럽 4개국을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참좋은여행사에서 약 10년 동안 운영됐던 패키지 상품이다.

모두들 여행을 앞두고 설렜다. 정모씨(29)는 충남 서산시에 있는 대기업 계열사를 다니다 퇴사를 하고 둘째 누나(31)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정씨의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50년 우정'을 쌓아온 60대 여성 3명도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6살 손녀부터 72세 할아버지까지 3대 일가족도 함께 여행을 떠났다. 30대 딸이 평소 아이를 돌봐준 부모님께 감사를 표하기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여행 5일 차인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8시쯤 한국인 33명이 '허블레아니'(hableány) 유람선에 올랐다. 30명의 여행객과 인솔자 1명, 현지 가이드 1명, 사진작가 1명이 함께였다. 헝가리 승무원 2명을 포함해 총 35명이 이 배를 탔다.

앞서 헝가리에서 비슷한 유람선을 탔던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구명조끼는 구비돼 있지 않거나, 있어도 대부분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허블레아니에 탔던 사람들도 입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비상상황을 대비한 안전교육도 듣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유람선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아경을 관람했다.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와 함께 세계 3대 야경 도시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머니투데이

30일 (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부근 다뉴브 강의 유람선이 침몰한 현장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았다./사진=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후 9시쯤. 1시간 남진 다뉴브강을 돌아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참이었다. 한 달 정도 계속된 비로 강물이 크게 불었고, 유속도 빨랐다. 한강보다 좁은 강엔 상당히 많은 배들이 함께 떠 있었다. 일부는 갑판에서 사진을 찍고 있거나 하선을 준비했다. 일부 여행객들은 아래쪽 선실에 모여있었다.

도착지까지 몇 분 남겨놓지 않은 시점, 대형 유람선 바이킹 리버 크루즈'(Viking River Cruise)이 허블레아니로 다가왔다. 큰 유람선은 작은 유람선에 살짝 부딪힌 후 다시 강하게 추돌했다. 7초 만에 배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침몰했다.

갑판에 있다가 물에 빠진 일부 사람들은 구명튜브를 잡았다. 일부 한국인 7명은 구조됐다. △정영아(31·여) △황성자(49·여) △이옥희(66·여) △안희철(60) △이윤숙(64·여) △윤나라(32·여) △김용미(55·여)씨로 확인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 중 6명은 경미한 부상을 입어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하지만 한국인 7명은 사망했다. 희생자 6명은 사고 지점에서 2~6㎞(킬로미터)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됐고, 마지막에 수습한 1명의 시신은 사고 25분 만에 10㎞ 가량 하류로 떠내려간 지점에서 발견됐다.

19명은 아직 찾지 못해 생사를 확인할 수 없다. 헝가리인 2명도 실종 상태다. 31일 현재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다뉴브강의 수위는 몇 주 동안 이어진 비로 5m(미터)를 넘어섰고 유속도 시간당 9~11㎞(킬로미터)로 매우 빠른 편이다. 일주일 내에 부다페스트에는 3~4차례 더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이 사고로 함께 여행을 떠난 친구와 가족들의 운명이 갈렸다. 황모씨(50·여)는 구조됐지만, 그의 시누이 김모씨(42)자매와 조카는 3명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대전시 중구에 살다 '부부여행'을 떠난 남편 안모씨(61)는 구출됐지만, 아내 김모씨(62)는 실종됐다.

처음 해외여행을 떠난 정씨도 실종 상태다. 유람선에 같이 탔던 누나는 구출됐다. 정씨의 아버지는 "남매는 논산시 양촌면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이곳에서 학교를 다녀 사이가 아주 좋았다"며 막내아들의 이름을 하염없이 불렀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