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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구명조끼 없이 갑판 올라 야경 관광…돌이켜보니 아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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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여행자들이 전하는 ‘부다페스트 유람선 투어’



경향신문

한국인 33명 등 35명이 탄 유람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다. 부다페스트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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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당국 “관행상 구명조끼 착용 안 해”…알고도 ‘무대책’

“폭풍우에 투어 강행 충격…현장 지나다 테러 난 줄 알았다”

패키지 상품 홈쇼핑 경쟁 과열로 무리한 일정 소화도 문제


29일(현지시간) 유람선 침몰사고가 난 다뉴브강 ‘야경 투어’는 아름다운 부다페스트 시내를 볼 수 있어 헝가리 여행 필수코스로 꼽혀왔다. 이곳을 다녀온 한국인 관광객들도 아름다운 야경과 평화로운 분위기 때문에 안전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거나 소홀히 하는 관행이 있다고 전했다. 현지를 여행 중인 관광객은 사고 당일 내린 비가 안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다페스트를 관광 중인 안수민씨(22)는 경향신문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 인터뷰에서 “당일 오후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리는 등 비가 계속 내려 다뉴브강 수위가 매우 높았고 유속이 빨랐다”며 “한국에서 래프팅(급류 보트) 가이드를 하는데, 그 정도 수위와 유속에서 배가 이동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유람선을 운항하기에는 무리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당시 수많은 응급차와 경찰차가 몰려 ‘테러가 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도 했다.

유람선 관광은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에 필수적인 부분을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다뉴브강에서 선상 투어를 한 관광객들이 인터넷 블로그나 SNS에 올린 여행 후기 사진에도 구명조끼를 입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형식 외교부 해외안전기획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침몰 선박 탑승자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지에서 관행상 착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원 김모씨(31)는 2017년 8박9일 일정으로 부모를 모시고 여행사 ‘참좋은여행’의 프로그램으로 ‘발칸·동유럽 6개국’ 여행을 떠났다. 그가 부다페스트에서 탄 유람선도 침몰한 배인 허블레아니호였다. 김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람선을 여행사에서 통째로 빌려 한국인 단체관광객들만 탔다. 함께 간 팀만 탈 수 있는 구조였다”며 “한강에서 타는 유람선 같은 느낌이었는데,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소식을 들은 김씨는 아찔한 기분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안전 문제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갑판 위로 오르내릴 때 계단 손잡이 외에는 안전장치가 없었다거나, 워낙 여러 나라를 거쳐 흐르는 강이라 평소에도 크루즈 등 대형 선박이 다녔다는 점을 빼면 평화로운 분위기였다”며 “야경을 바라보느라 안전 위험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종희씨(38)도 “재작년에 아내와 함께 갔다 왔는데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가 전혀 없었다”며 “야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지만 그만큼 위험하다는 느낌이 많았다”고 했다. 선착장에 안전 관련 안내문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고가 난 야경 투어도 참좋은여행이 ‘발칸 2개국(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동유럽 4개국(체코/헝가리/오스트리아/독일) 9일’ 일정으로 내놓은 상품에 포함된 프로그램이었다. 참좋은여행 홈페이지에는 다뉴브강 야간 유람선에 대해 “부다페스트의 황홀한 야경”이라며 “날이 어두워지고 도시에 불이 들어오면 한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부다페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헝가리에 거주하는 한 전직 가이드는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패키지 여행은 날씨하고 상관없이 일정에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날씨가 안 좋다고 해서 운항을 안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홈쇼핑이 과도하게 경쟁하면서 원래 유람선 탑승은 선택관광인데 야경이 모두 포함됐다”고도 전했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대기 인원이 많아 유람선이 최대한 여러 번 운항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다페스트는 체코 프라하, 프랑스 파리 등과 함께 유럽 3대 야경 명소로 불릴 만큼 아름답다. 그중에서도 유람선 관광은 야경을 가장 좋은 위치에서 즐길 수 있어 필수 관광코스였다.

박홍두·전현진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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