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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조선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 그 첫발부터 가로막는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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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이 생존 카드로 꺼내 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빅 딜'이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가 무산될지 모를 상황에 빠졌다. 고사(枯死) 위기에 빠져 있는 한국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이 첫발부터 좌초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첫 절차로 오는 31일 임시주총을 열어 회사를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할 계획이었지만 현대중공업 노조의 주총장 점거 농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 1~2위 조선소인 두 회사가 합병하면 글로벌 시장 점유율 21%가 넘는 '매머드 조선소'가 탄생해, 저가(低價) 수주로 인한 최악의 조선산업 불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경쟁국 정부와 업계가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며 강력 견제에 나섰는데, 국내에서는 노조와 지역 정치권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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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 대표 기업인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위)와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골리앗 크레인의 모습. 두 회사의 합병이 민주노총이 주도한 불법·폭력 행위로 첫발부터 좌초 위기에 처하면서 한국 조선업 경쟁력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지고 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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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팎에서 모두 발목 잡히는 합병

두 회사 합병은 중국의 맹추격을 물리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관리하에서 최근 20년간 1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수혈받았지만 경영 정상화가 요원하다.

타개책으로 만들어진 합병안은 주총에서 통과되더라도 국내외 합병 승인이란 큰 산이 남아 있다. 두 회사의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EU, 미국 등 해외 공정거래 당국에 합병 승인을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미 EU 당국에선 '빅딜 후 시장 과점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통합 법인의 설립이 늦어지고 노조와의 갈등이 불거지면 향후 합병 심사 과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제명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29일 "우리 조선업계는 빅3 업체 간 과당 경쟁으로 위기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한국을 맹추격하는 중국이나, 이미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화를 이룬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선 빅2(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체제 구축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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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측이 수차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구조조정 우려를 들어 합병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27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시주총장을 점거한 데 이어 29일엔 현대자동차 노조, 대우조선해양 노조까지 연대투쟁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경총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우리 조선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적이고 불가피한 조치"라며 "민주노총은 도를 넘는 불법 파업과 불법 행위를 실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사측의 요청에도 경찰이 노조의 점거 농성을 방치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재교 세종대 교수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폭주하게 마련인데, 현 정부의 방조로 민주노총이 폭주하고 있다"며 "민노총이 제어받지 않는 권력이 되다 보니 현 정부가 추진한 구조조정마저 제동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빅딜 이뤄져야 중소 업체도 숨통

현대중공업은 31일 주총을 어떤 일이 있어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9일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설립돼야 대규모 현금을 동원하지 않고 대우조선을 인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에는 현재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분 56%를 출자, 중간지주의 지분을 획득하게 된다. 현금이 오가는 게 아니라 주식을 교환하는 형태여서 인수자인 현대중공업의 자금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방식이다. 현대중공업은 최악의 경우 주총장을 옮기는 방안까지 고려하면서 장소 변경에 대해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 업체들도 어렵지만 중소 조선소들은 그야말로 고사(枯死) 위기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 들어 대한조선과 대선조선이 각 2척의 중소형 석유운반선을 수주한 걸 제외하면 다른 업체들은 수주가 전무하다.

대형 조선업체 3곳을 2곳으로 줄인 뒤 고사 상태에 놓인 중소 조선사들에 대한 선택적 지원에 나선다는 금융권의 구상도 차질을 빚고 있다.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형 업체들이 합병으로 대형화되고 나면 민관 차원에서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을 지원할 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최악의 고사 위기에 놓인 중소 조선사들은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되면 일부 고부가가치 선종(船種)에선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최현묵 기자(sean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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