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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국회가 공전하는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해야 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구성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에서 추경안을 제출한 뒤 35일 동안 추경 논의를 단 한 번도 하지 못하면서 국회가 민생·경제를 사실상 내팽개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유성엽 민주평화당 등 새롭게 선출된 각 정당 원내대표도 자유한국당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국면을 풀기 위한 묘수를 내놓지 못하면서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2019년도 예산안을 심의했던 국회 예결위원 임기가 29일 종료되는 가운데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이 신임 예결위원 선임 명단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결위원 등 상임위원 임기 종료 사흘 전까지 신임 위원 명단을 제출해야 하는 국회법 48조1항을 국회 스스로 또다시 어긴 셈이다. 당장 여야는 국회 정상화 협상이 이뤄지는 도중이라 선임계 제출은 후순위고, 국회 정상화부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30일부터는 추경 심사에 돌입하는 예결위원 자리가 공석이라 재선임 과정 등을 거치면 6월 내 추경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로써 지난달 25일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한 뒤 한 번도 상임위원회별 추경안 예비심사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로 다음 예결위원들에게 추경안 심사를 넘기게 됐다.
여당은 국회 정상화 협상에 진척이 없고 한국당이 국회로 복귀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데 대한 염려를 재차 표하는 한편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총리 시절 추경안을 시급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한국당 측에 조건 없는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한국당이 국회 복귀를 거부해 추경이 (국회에 제출되고) 35일째 잠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추경이 신속히 통과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2016년 당시 황 총리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추경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황 대표도 3년 전 하신 말씀을 생각한다면 즉시 국회로 돌아와 추경 통과와 민생 입법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시급한 추경 처리 의지와는 별도로 국회는 예결위원 임기 종료 사흘 전까지 다음 위원 명단을 제출해야 하지만 3당 교섭단체 중 어느 한 곳도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회법 48조1항에 따르면 처음 선임된 상임위원 임기가 만료되면 임기 만료일 사흘 전까지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해야 한다. 국회 의사과에서도 3당 교섭단체에 지난주 말까지 신임 예결위원 명단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3당 가운데 어느 곳에서도 답이 없는 상태다.
여야는 이 같은 신임위원 명단 미제출과 관련해 아직 국회 정상화 협상이 이뤄지는 과정이고, 국회 정상화만 되면 즉각 제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통화하면서 "국회 정상화 협상이 진행 중이고, 국회 예결위원장을 누구로 할 것인지 정하고 나서 명단을 제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정상화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명단을 내놓기가 조금 모호하다"며 "이미 내부적으로 신임 명단은 윤곽이 나와 있다. 국회 정상화에만 합의하면 바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여당에서는 조기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면 기존 예결위원을 한 번 더 임명해 이번 추경안을 처리한 뒤 전체 위원을 사·보임해 신임 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로운 위원을 뽑게 되면 간사도 다시 선출하고, 교육도 받아야 한다.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 정상화가 조기에 이뤄지면 기존 예결위원을 한 번 더 임명하고 신임 위원으로 나중에 사·보임하는 방식을 야당 측에 제안하려 했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그렇게 해도 상대 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어차피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지금은 상황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당장 한국당에서 예결위 간사를 비롯해 예결위원장까지 교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고 국회 정상화도 미뤄져 실현하기 어려운 카드가 됐다.
일각에서는 추경 심사를 언제 시작할지 기약이 없는 상태에서 야권을 중심으로 내년도 본예산 심의를 이유로 추경안 심사 자체를 무위로 돌리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내년도 본예산 심의는 내년에 쓰는 돈을 다루는 것이고, 이번 추경은 국무회의 의결만 하면 올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라며 "더욱이 강원 산불 피해 대응과 관련한 재해 추경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추경안 심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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