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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밀착카메라] 공원 벤치서 취침…'쉴 곳 없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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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곳은 수도권의 한 대형 공사장 앞입니다. 조끼를 입은 건설 노동자들이 거리에 앉거나 누워서 쉬고 있지요. 건설 현장에서는 쉴 곳이 턱없이 부족해서 쉬는 시간에 이렇게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오늘(28일) 밀착카메라는 "휴식도 안전이다"라는 말이 무색한 건설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화성의 대형 건설 공사장 앞입니다.

공장을 짓는 공사가 한창인 만큼 조끼를 입은 건설 노동자들이 아주 많은데요.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식사를 하고 난 뒤 휴식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인근 가게들 앞의 의자는 금세 꽉 찼습니다.

자리가 없자 노동자들은 길바닥에 앉아서 쉽니다.

[건설노동자 : 공원, 골목골목에서 쉬는 거지 뭐. 마땅히 쉴 덴 없고.]

공원에서는 벤치에 누워서 자기도 합니다.

출입금지라고 쓰인 잔디밭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민원도 이어집니다.

[(여기 지금 화성시에서 민원 들어와가지고…) 다른 데 가서 자라고요? ]

가까운 상가 건물 안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노동자들이 종이 박스를 든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향합니다.

위층에는 이미 박스를 깔고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건설노동자 : (공사현장) 안에 휴식공간이 없어서 그렇지. 사람이 많으니 다 못 들어가요.]

해당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수천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현장에 마련된 휴게공간은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정도만 수용할 수 있습니다.

[건설노동자 : (공사현장) 안쪽에선 못 눕게 돼 있어요. 누운 거 보면 퇴출당해요, 퇴출.]

서울 강동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 현장.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들어갑니다.

이들은 역사 안 공중화장실로 향합니다.

[지하철 환경미화원 : 발 막 씻고, 물비누도 다 빼가고 그래요 그 사람들이 여기서 머리도 감고… 거의 맨날 그래요.]

[건설노동자 : (현장은) 불편해요. 숫자가 모자라거나, 완벽하게 기능이 안 나온다거나. 따뜻한 물 나와야 되는데. (여긴) 비누 같은 거 있잖아요.]

또 다른 건설 현장을 찾았습니다.

지하로 내려가자 합판으로 벽을 댄 3.3m⊃2;, 1평 남짓한 방이 있습니다.

노동자 18명이 쉬는 공간입니다.

[건설노동자 : 그냥 창고 써야 되니까 우리가 그냥 만든 거거든요.]

건축자재가 침대를 대신한 곳도 있습니다.

생수통에는 하얗게 먼지가 앉았습니다.

탈의실이나 휴게실이 없다 보니 노동자들이 알아서 현장의 빈 공간을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건설노동자 : (쉴 곳은) 안전교육장이 있다 뭐 그렇게 하죠. 너무 머니까.]

화장실도 열악합니다.

남녀 구분 없는 화장실에 청소가 안 돼 있거나, 푸세식인 곳도 있습니다.

최근 건설노동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에 따르면 화장실 위생이 불량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10명 중 3명은 샤워실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현행법상 공사 금액 1억 원 이상의 건설 현장에는 반드시 화장실, 식당, 탈의실을 설치해야 합니다.

[건설노조 관계자 :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된다는 법은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치하고 관리해야 된다는 건 하나도 없거든요. 형식적으로 설치를 하다 보니까 더러울 수밖에 없죠.]

영국에서는 30일 이상 작업하는 건설 현장의 경우 휴게실 설치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가급적 모든 건설현장에 휴게실을 설치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자 : 그 비용을 공사원가에 안 끼워준다는 거죠. 공공발주자 자체가 아예 반영을 안 하고 있으니, 민간은 하겠습니까? 결국은 하청사의 부담으로…]

'휴식은 또 하나의 안전입니다.'

한 건설현장 휴게실에 붙어있는 문구입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건설현장은 노동자의 휴식, 다시 말해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지원 : 서울주택도시공사/인턴기자 : 윤현지)

윤재영, 홍승재,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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