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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젠더 이슈 의제화는 성과…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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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2년 성평등 정책’ 평가토론회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

“컨트롤타워 부재하고 관료들은 복지부동”

“여성노동정책에서 보수정권 10년 답습” 우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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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인의 의지에만 맡기고, 관료 조직은 복지부동했다.”

문재인 정부 2년의 성평등 정책을 평가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다른 분야에 매긴 채점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주최한 ‘문재인 정부 2년, 포용국가는 누구를 포용했나?' 토론회 자리에서 나온 진단이었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실상 고발을 시작으로 혜화역 시위 이후 마련된 불법촬영 근절 대책,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누군가는 부끄러워 숨겨왔던, 누군가는 무관심했던 젠더 이슈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은 젠더 이슈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취임 뒤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과거 정부보다 한 걸음 나아간 여성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 게 사실이다. 과연 지난 2년 동안 기대만큼의 성과가 있었을까.

이날 행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한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쉬(backlash: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을 이르는 말)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민주주의 성숙을 위해 정부가 정면 돌파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보다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성평등 정책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위원회 대신 총리실 산하 양성평등위원회를 자문기구로 세웠지만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여성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양성평등위원회의 대면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평등 정책을 주도해야 할 여성가족부에 과연 힘이 실리고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도 사라지지 않는다. 신 교수는 “올해 여성가족부 예산은 1조78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1.2% 증가했지만, 정책 분야별로 살펴보면 예산의 17.6%만 여성정책에 편성돼 실질적인 역할을 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 주요 8개 정부기관(교육부·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경찰청·대검찰청)에 양성평등 전담부서(양성평등정책담당관)를 신설해 범부처 차원에서 성차별·성폭력 근절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신 교수는 “참여정부가 끝나면서 양성평등담당관제도가 사라졌던 뼈아픈 경험을 답습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성노동정책과 관련해선 강한 질책이 이어졌다. 시간제 일자리 대책이 성차별제도로 고착될 가능성이 커지는 등 지난 10년의 보수정권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월 간행한 ‘노동리뷰’를 보면, 소정 근로시간(회사에 고용되어 1주 동안 정해진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난해 75만6천 명으로 임금근로자의 3.8%를 차지하며 2006년 이후 그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의 73.3%는 여성이었다.

이와 관련해 성별 분리 통계가 체계적으로 수집되지 않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신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 노동정책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성별 분리 통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며 “법령을 통해 성별 분리 통계를 의무화했는데도 고용노동부의 수많은 통계자료에선 쉽게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가 34.5%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다는 내용이 담겼다.

물론 지난 2년간 성과도 적지 않았다. 이날 토론자로 참가한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유명무실하거나 철저히 배제되고 왜곡됐던 젠더 이슈가 적어도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이며, 이외에도 여성폭력방지 기본법 제정, 성폭력 관련 법 개정 등 법률 정비에 대해 성과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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