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날 1만3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일 종가보다 1.42% 하락한 것으로 최근 3개월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주에만 8% 가까이 하락했다. 화웨이 사태가 LG유플러스의 5G 구축과 운영에 타격을 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국내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이콧 조치로 화웨이는 구글·ARM·인텔·퀄컴·마이크로소프트(MS)·자일링스·브로드컴 등 주요 업체와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국제 와이파이·반도체·메모리카드 국제표준 단체서 퇴출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두뇌부터 심장, 팔, 다리까지 모두 제거당한 상태다.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전경. /LG 제공 |
5G망 구축 장비 30%를 화웨이에 의존하고 있는 LG유플러스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화웨이 제재가 계속되면 LG유플러스의 5G 망 구축과 유지보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미국 국무부는 한국 정부에 ‘화웨이 퇴출 동참’을 요구한 상황이다. 이미 농협과 코스콤은 망 고도화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을 포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LG유플러스도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LG전자엔 호재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7일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시스템에 대한 접근권 상실은 화웨이의 중국 외 지역 스마트폰 판매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영국과 일본 업체들이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출시를 연기한 점도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푸본리서치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계속될 경우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최대 24% 감소할 전망이다. 당초 푸본리서치는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을 2억5800만대로 예상했지만, 미국의 거래금지 조치 이후 2억대로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
LG전자는 국내에서 기대 이상의 판매세를 보이고 있는 5G 스마트폰 ‘V50 씽큐’를 31(현지 시각)일 북미시장에 출시한 뒤 유럽 시장도 노크할 계획이다. 현재 LG전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 이상이지만, 유럽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유럽 시장 중 스위스에 ‘V50 씽큐’를 가장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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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화웨이의 유럽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6%로, 삼성전자(31%)에 이어 2위다.
LG전자는 유럽 국가중 가장 먼저 5G 인프라를 구축해 상용화에 나선 스위스에서 V50 씽큐를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이후 유럽 각 국가들의 5G 상용화 시점에 맞춰 V50 씽큐를 공급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럽 통신사들과 출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국내 시장과 마찬가지로 ‘듀얼 스크린’과 함께 상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듀얼스크린은 LG전자가 V50과 함께 출시한 멀티태스킹 제품이다. 2개의 화면을 통해 다양한 앱을 동시에 구동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과)는 "LG유플러스와 LG전자가 같은 그룹 계열사이긴 하지만, 현재 닥친 상황은 그룹 차원에서 제어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각 계열사의 주주와 이해관계자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계열사 개별적으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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