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질병코드가 낙인될라…WHO 등록보다 정부 규제가 걱정”
-학부모들 “유치원생도 스마트폰 ‘게임중독’…방관해선 안 돼”
[지난 3일 인천에서 열린 2018년 LOL 월드 챔피언십 파이널 매치에서 한 참가자가 스크린을 보고 있다. EPA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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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ㆍ사건팀]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에 과몰입하는 중독 현상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국내 여론이 술렁이고 있다. 의료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선 이번 결정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게임업계와 일부 사용자들은 WHO의 판단에 충분한 근거가 부족하고 국내 게임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는 안건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총회 B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28일 전체 회의에서 통과가 확실시 되고 있다.
정부는 WHO 개정안에 따라 게임중독에 대한 질병 관리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국내 여론은 찬반으로 들끓고 있다. WHO의 국제질병분류는 국내 반영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 업계와 일부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WHO 결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게임중독’에 대한 질병 분류가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발하거나 규제를 촉진해 업계 전반을 침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질병과 연관짓는 프레이밍으로 인해 나빠지는 ‘인식’도 문제지만, 앞서 정부가 셧다운제 등을 도입해 산업 전반이 위축된 전례가 있어 더욱 반발이 큰 것”이라며 “WHO의 질병분류를 국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규제들이 우후죽순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07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 추세를 보였던 국내 게임 시장은 셧다운제 시행 이후인 2012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됐다. 2013~2015년 제작배급 분야는 전체 시장 대비 8.2~10.3%, 온라인게임 분야의 경우 11.9~17.3% 위축됐다.
심재연 게임학회 이사는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중독물질을 만드는 거냐는 자괴감을 느끼게 됐다”며 “축구나 야구 등 다른 취미생활도 심하게 하다보면 다 문제가 된다. 게임과몰입 이슈는 청소년 이슈로 번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게임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등록한 WHO 결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만 13~59세 성인 남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질병코드화에 대해 49.4%가 찬성을 택했다. 반대 의견은 26.4%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6187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찬성(45.1%) 의견이 반대(36.1%) 의견보다 높게 조사됐다.
유아 스마트폰 중독으로 고심하는 학부모들도 반색하고 나섰다. 5살짜리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겠다며 종일 떼를 써 곤혹스럽다는 학부모 서모(39) 씨는 “아이들을 훈육하려고 해도 ‘재미있어서 하는데 왜 나쁘냐’고 이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며 “어린 나이에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에 노출돼 중독되는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도 ‘게임중독은 병’이란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임을 즐겨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중독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스마트폰 게임 아이템 구입에 월 10만원을 쓴다는 직장인 유모(31) 씨는 “예전에는 게임 아이템 값으로 월 20~30만원씩 쓸 때는 돈이 없어서 친구들을 못만날 때도 있었다”며 “자기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3) 씨도 “많은 게임들이 사용자가 게임에 중독되고 아이템을 위해 돈을 쓰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을 거듭하고 있다”며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업데이트에 나서다 보니 병적인 게임중독자들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정부가 게임중독에 대한 움직임에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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