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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승리의 SNS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등장한 윤 모 총경과 이 모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의 메신저 대화, 그리고 그즈음에 일어났던 버닝썬, 김학의 사건의 흐름을 시계열로 정리해 보면 이러하다.
3월 11일 윤 총경, 이 靑선임행정관에게 메시지 "청와대 부근서 만나자" 3월 13일 '경찰총장'등장…민갑룡 경찰청장 긴급 기자간담회 윤 총경, 민갑룡 청장-靑비서관들과의 모임(26일) 주선 3월 14일 민갑룡 청장 국회 발언 "별장 동영상 김학의 육안으로 봐도 확실" 과거사위 진상조사단, 김학의 전 차관 소환 통보 윤 총경-이 행정관 메시지: "민 청장 발언 세게 했다" ,"더 세게 했어야" 3월 15일 윤 총경 참고인 첫 소환 김학의 전 차관 소환 불응 3월 18일 문재인 대통령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조직 명운 걸고 수사" 윤 총경 피의자 입건 과거사위 조사단, 김학의 사건 등 연장 법무부 건의 3월 25일 김학의 성접대 의혹 수사 권고 내용 발표 : 김학의 뇌물, 곽상도, 이중희 직권남용 수사권고
3월 26일 민갑룡 청장-靑비서관들 만남 예정(취소) |
윤 총경의 움직임과 김학의 성접대 의혹 사건은 실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데도 묘하게도 일련의 흐름 속에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 3월 11일 윤 총경, 이 행정관에게 "만나자"
11일 윤 총경이 이 모 청와대 선임행정관에게 청와대 부근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이틀 뒤 윤 총경은 민갑룡 경찰청장과 청와대 다른 비서관들과의 만찬 자리를 주선했다. 그런데 윤 총경이 민 청장과 청와대 비서관들과 만찬 자리를 잡은 13일은 이른바 '경찰총장'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날이기도 하다. 민 청장은 그날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120명이 넘는 경찰을 투입하겠다며 승리 등 성접대 의혹과 경찰 유착 관련 의혹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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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 청장 발언 만시지탄…더 세게 했어야"
그리고 다음날, 민 청장은 국회에 나가 김학의 전 차관 발언을 내놓는다. "별장 동영상에 나오는 남성이 김학의 차관이라는 것은 육안으로 봐도 식별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그 당시 김 전 차관의 법적 신분은 두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태였고 해당 동영상이 그 상황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범죄혐의의 직접 증거도 아닌 부분에 대해 경찰청장이 동영상 등장인물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특정해 발언한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민 청장 발언 몇 시간 뒤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느닷없이 김 전 차관을 다음 날 소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날 윤 총경과 이 선임행정관과의 메신저 대화는 다시 등장한다. 윤 총경이 이 행정관에게 민 청장의 발언 동영상 링크와 함께 "민 청장이 (김 전 차관 발언을) 세게 했다"고 말하고, 이 행정관은 "만시지탄이다. 더 세게 했어야 했다"고 답한다. 가수 승리 등이 포함된 SNS 단체대화방에서 거론된 '경찰총장'이 화제가 되자 경찰청장이 철저한 수사를 약속한 다음 날, 해당 '경찰총장'이 태연하게 청와대 행정관과 민 청장의 김 전 차관 발언에 대한 평가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 윤 총경, '경찰총장'을 인식한 시점은?
물론 윤 총경이 '경찰총장' 이 자신을 지칭한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과거 같이 근무했던 상관과 나눈 대화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3월 초 SBS 탐사보도팀은 버닝썬 유인석 대표를 취재하면서 대화방 내에서 거론된 '경찰총장' 의 존재, 신원 등에 대해 윤 총경의 사진까지 제시하면서 확인을 요청한 적이 있다. 당시 유 대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고 며칠 지나지 않아 관련 사안에 대한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경찰 수사가 이어졌는데도 당시 취재진 앞에서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거짓말까지 한 유 대표가 윤 총경이 경찰에 처음으로 조사를 받게 된 15일까지 단 한 차례의 연락도 하지 않았을까? 이미 승리의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 등은 2월 말부터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윤 총경이 승리 단체대화방에서 언급된 '경찰총장'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이 행정관에게 '청와대 부근에서 만나자'고 한 11일 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 의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3일 뒤 문재인 대통령은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에 대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며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고, 그날 윤 총경은 피의자로 입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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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혐의와 관련없다"…영장신청서류 첨부 이유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5일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뇌물 혐의, 곽상도 전 수석, 이중희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권고한다. 그리고 중간에 취소된 일정이지만 그다음 날인 26일은 윤 총경이 13일 민 청장과 청와대 비서관들과의 자리를 주선해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이런 흐름을 짧은 기사 안에 모두 담을 수는 없었지만, 윤 총경과 이 행정관의 메시지가 단순한 사담에 불과하다는 청와대와 경찰의 해석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보았다. 민갑룡 청장은 SBS 보도가 나가자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대화가 공론화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도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보도 내용에 대해 "영장신청 기록에 첨부한 서류에 들어있는 내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민 청장의 말대로 아무런 범죄혐의와 관련 없는 내용이라면 왜 경찰은 그 부분을 영장신청 기록에 첨부한 것인가? 그리고 윤 총경-이 행정관의 메시지와 관련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윤 총경의 휴대전화기에서 이 행정관 외에 이야기를 나눈 대상과 내용은 더 없는 것인가? 이런 여러 의혹과 궁금증에 대해 납득할만한 경찰의 답변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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