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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민생 대장정’ 끝낸 황교안 대표, 정치복원 리더십 발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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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른바 ‘민생투쟁 대장정’이 24일로 끝났다. 황 대표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지난 7일 부산에서 출정식을 연 뒤 18일간 전국을 돌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왔다. 그는 가는 곳마다 ‘좌파 독재’ ‘운동권 정부’ ‘김정은 대변인’ 등 막말과 색깔공세를 반복했다. 이런 비난이 지지자들에게는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발언’으로 들렸을지 모르지만, 거꾸로 가는 야당 대표의 모습에 많은 시민들이 고개를 돌리고 혀를 찼다.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야당 지도자가 장외에서 대중집회를 열어 지지자들과 공감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그러나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으로 집회를 뒤덮은 것은 참으로 수준 낮은 공세다. 그렇게 해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것인데, 구시대적 극우정당으로 퇴행하는 모습은 득보다 실이 더 많았을 것이다. 황 대표가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때 불교 의식을 따르지 않은 것을 불교계가 비판하고, 이를 또 보수개신교가 맞비난하는 등 종교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도 몹시 우려스럽다.

지금은 여야가 힘을 합쳐도 나라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데도 국민안전과 경기대책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은 지난달 25일 국회에 제출된 지 한 달이 되도록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이러니 경제와 민생이 어렵다면서 국회를 내팽개친 채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을 두고 시민들의 시선이 고왔을 리 없다. 더구나 색깔론을 덧칠한 막말 공세가 우리 사회 통합과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었겠는가.

장외투쟁을 마친 황 대표 앞에는 숙제가 산적해 있다. 국회정상화를 위한 협의 조건을 어느 선에서 절충할지, 청와대 여야 대표회담의 형식과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가 당면 과제다. 당내에선 ‘5·18 망언’ 3인에 대한 징계 후속절차를 놓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더 중요한 현안은 실종된 의회정치를 복원하는 일이다. 어쩌면 지금이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황 대표가 대치정국을 풀어내는 정치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장외투쟁에서처럼 비전도 대안도 없이 좌파 독재 타령이나 되풀이한다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은 영영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 대표는 민생 대장정 마지막 날 일용직 노동자를 만나 “경제 약자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마련해 도와드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바로 이런 게 시민이 바라는 정치다. 대여 투쟁을 하더라도 국회에서 할 일은 해야 한다. 황 대표가 정치 복원의 돌파구를 여는 통 큰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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