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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미국 상무부가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국가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압박 조치다. 그동안 미국이 추진했던 '관세 폭탄', 화웨이 고립화 전략 등에 이어 '환율' 문제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의 일방적인 상계관세 부과 조치는 그 불똥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다른 나라로까지 튈 수 있어 전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그동안의 무역 관행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라는 점이다. 상계관세는 수입하는 제품이 수출국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경쟁력이 높아진 가격으로 수입국 시장에서 불공정하게 경쟁하고 산업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할 때 수입국이 부과하는 관세다. 다시 말해 상계관세 부과 근거는 '수출국의 보조금 지원'이다. 그런데 상무부가 이날 밝힌 것은 통화 절하 행위를 '통화 보조금(currency subsidies)'으로 규정해 이에 대해 상계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이번 변화는 미국 상무부가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통화 보조금'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해외 수출국에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제 무역 변호사이자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 비상근 연구원인 스콧 린시컴은 블룸버그에 "저평가된 통화를 가진 국가로부터 수입한 어떤 상품에라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통화 절하를 문제 삼아 이를 보조금으로 규정해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로 통상 마찰의 여지가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앞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미국의 이번 조치가 앞으로 어떻게 실행될지도 관심사다. 상계관세는 상무부 소관이고 환율 이슈는 재무부 담당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NYT는 "재무부가 특정 국가가 통화 절하를 했다고 판단하면 상무부가 이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절차를 놓고 볼 때 향후 미국 재무부 환율 보고서에서 어떤 내용이 담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해마다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환율 보고서를 내놓지만, 올해 상반기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재무부는 지난해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으나 한국, 일본, 인도, 독일, 스위스와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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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중국의 위안화 가치 하락을 문제 삼았고, 상무부가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특히 이번 조치에 앞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환율조작 정의를 확대하기 위해 판정 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 기업들은 수차례 상무부에 통화 절하 이슈를 보조금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이번 조치는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초부터 밀어붙이던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최근 들어 대중 강경파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신호"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에 보복 대응에 나서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 성격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중국의 '보복 카드'로는 위안화 가치 절하가 꼽혀 왔다.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 제품 가격을 낮추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 조치로 인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위안화가 최근 달러당 6.9위안대에 들어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7위안을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이 이례적으로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관측이다.
한편 합의 없이 끝난 지난 9~10일 미국 워싱턴DC 고위급 협상을 전후로 미국은 '관세 폭탄', 화웨이와 미국 기업 거래 중단, 동맹국과 확전 차단 및 중국에 화력 집중 등 내놓을 만한 조치를 다 내놓으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올리고 있다. 특히 화웨이에 대한 최근 제재는 시작일 뿐이며 그 대상이 인공지능(AI)과 같은 여러 차세대 첨단기술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에 대한 총공세에 나서 미·중 무역협상에서 합의문 법제화 등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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