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비공개 채널로 한국 정부에 화웨이 5G(네트워크) 장비를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을 정부가 공식 인정해 주목된다.
외교부는 23일 "미국 측이 5G 장비 보안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한국 정부도 이러한 입장을 알고 있다"며 "한미 양국은 동 이슈에 관해 지속 협의하고 있으나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직 미국 관리 출신 등이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우회적으로 용산, 오산 등 미군 부대 인근 등 민감한 지역에서 화웨이 5G 장비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고, 국내 통신사업자인 LG유플러스도 국내 보안 지역 인근에는 LTE 장비는 물론 5G 장비를 화웨이 기지국 장비 대신 삼성 등 다른 회사 장비를 깔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 외교부 발표는 화웨이 5G 장비와 관련해 한미 간 논의가 이미 끝난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임을 공식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하게 강하게 요청을 받았다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과 동일한 수준에서 미국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전 세계적으로 동맹국을 대상으로 화웨이 제품 사용 중단을 요청한 것의 연장선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미국 정부가 한국에도 '화웨이 배제'에 협력해 줄 것을 다각도로 요청하고 있다'는 내용의 협조전을 보내는 등 관계 부처 간 논의도 상당 폭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기업 이름을 공문에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압박에 대한 대책 마련과 부처 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개별 기업 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계속 견지해 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날 "화웨이 관련 외교부 협조전은 통상적인 부처 간 소통 차원"이라고만 밝혔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사드 사태에 이어 화웨이 문제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 갈등 틈바구니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한국 기업 중에는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현대차, 농협 등 화웨이와 거래하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찬옥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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