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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 결론 못내고…메이, 이르면 24일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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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질서 있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으나 결국 그가 제시한 모든 안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함에 따라 '불명예 퇴진'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와 관련해 하원에서 네 번째 표결을 추진했던 메이 총리가 이르면 24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브렉시트 제2국민투표안을 허용할 수 있다는 메이 총리에 대해 기존 총리 지지 세력조차 반발하며 내각을 사퇴하자 메이 총리가 백기를 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타임스는 이날 총리 측근들 말을 인용해 24일 메이 총리가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과 회동한 후 사퇴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불과 하루 전 반발 세력의 즉각 사퇴 요구를 일축한 메이 총리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실제로 메이 총리는 직전까지 EU 탈퇴협정 법안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며 법안 상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메이 총리는 전날 성명을 발표하면서 "하원은 브렉시트와 관련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피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편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메이 총리는 하원에서 EU 탈퇴협정 법안의 골자를 발표하며 오는 6월 3일 하원 표결에 이를 부치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영국과 EU 간 탈퇴합의안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내부에서 필요한 각종 법안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EU 측과 도출한 탈퇴합의안이 지난 6개월간 하원 승인 투표에서 세 차례나 부결되자 탈퇴협정 법안을 제시하며 네 번째 표결을 추진했다. 앞서 메이 총리가 법안 상정과 동시에 6월에 새 총리 선출 절차에 들어서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표결은 물러서기 전 브렉시트를 마무리하려는 총리의 마지막 승부수로 관측됐다.

하지만 메이 총리 제안은 여야 모두에서 외면받았다. 특히 법안 중 제2국민투표를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과 관련해 보수당에서 극렬하게 반대했다. 야당인 노동당과 탈퇴협정 법안을 논의했던 메이 총리는 노동당 측 요구를 받아들여 기존 입장을 선회하며 제2국민투표안을 허용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1922위원회는 보수당 당규까지 바꾸면서 메이 총리를 끌어내릴 예정이었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12월 신임 투표에서 승리해 보수당규에 따라 1년간 임기가 보장됐지만, 이 당규를 개정해 다시 불신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앤드리아 레드섬 보수당 하원 원내총무 사퇴까지 겹치자 총리가 결국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내각 구성원이자 메이 측 인사였던 레드섬 원내총무는 메이 총리의 대응 방식에 불만을 보이며 이날 전격 사퇴했다. 레드섬 원내총무는 제2국민투표가 치러진다면 더욱 위험한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이 총리가 사퇴하면 영국은 2~3개월의 리더십 공백 기간을 거치게 될 예정이다. 차기 총리는 보수당 신임 대표가 선출됨으로써 결정된다. 보수당 신임 대표 선출은 보수당 평당원 12만명의 투표를 통해 이뤄지는데, 2016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사임 이후 메이 총리가 취임할 때까지 약 두 달 반이 소요됐다. 그동안 현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 중 한 명이 총리 대행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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