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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다른 사람 정자로 인공수정 자녀, 친자식일까 아닐까…대법관들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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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 김재형 대법관, 인공수정의 경우도 사전적 의미 ‘친자’로 봐야하는지 의문 표시

-민유숙 대법관 “남편이 인공수정 동의한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느냐”질문도

헤럴드경제

‘타인정자로 인공수정’ 친자식 여부 대법원 공개변론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지금까지 아버지라 했던 분의 소송을 자(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원고 피고 사이의 친생자(친자)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피고들이 각 20살, 16살 때 알았는데요. 피고들의 반응과 생각을 말씀 주세요.(김상환 대법관)”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한 자녀를 아버지는 친자식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22일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대법관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A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아버지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낸 사안이다.

김 대법관의 질문에 자녀들 측은 “이 사건 소가 제기됨으로써 친생자 관계가 실제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게 분명하지만 20여 년간 부모 자녀 관계로 가족을 형성해 왔었다”고 말했다.

1958년 2월 22일 제정된 민법 844조는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의학이 발달하기 전 여성이 혼인 중 낳은 아이에 대해 남편의 자식임을 일일이 증명해야 하는 문제를 방지하고 자녀의 안정적인 복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혈액 한 방울의 DNA검사를 통해 친자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친자가 아님이 확인됐는데도 소송을 낼 수 없다는 판례는 맞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심인 김재형 대법관은 ‘친자’에 대한 뜻을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는 국어사전적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여전히 타당한지부터 따졌다. 그는 “제3자 인공수정은 입양도 아닌 친생자도 아닌 제3의 영역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자녀 측 참고인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혈연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친생자 관계와는 조금 다른 개념에서 친생추정이 도입된 것”이라며 “친생추정은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해도 유지돼야 하는 개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지낸 민유숙 대법관은 “인공수정을 남편이 동의했을 때 무엇에 대한 동의인지가 불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AID(인공수정)에 대한 동의는 아이의 생명이 태어날 수 있도록 한 시점인 만큼, 성적인 교섭에서 생부의 책임이 성관계에서 있듯이 (인공수정) 동의의 의사표시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역시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출신의 노정희 대법관은 태어난 자녀를 친생자로 추정하지 않는다면, 출산 직후부터 출생신고 전까지 누구의 자식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김선수 대법관은 “입법적으로 해결해 자녀에게 친생자 관계를 부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지” 등을 물었고, 박상옥 대법관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제3자 인공수정이 이뤄진 경우 의사 동의 합치 여부”를 따져 물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시간가량 진행된 공개변론을 마치며 “이번 사안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커서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다”며 “대법 심리 내용과 그간 원고 피고 측이 제출한 자료, 여러 단체들이 제시해주신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선고하겠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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