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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프리즘] 부동산 정책이 완성됐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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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완성됐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은 최근 한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지켜내겠다”고 했다. 마치 누군가와 거대한 싸움을 하고 있는 양 결기가 느껴진다. 무언가가 완성됐다는 표현은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하기 어렵다.

사실 이런 표현을 공무원들은 잘 쓰지 않는다. 최대한 중립적 입장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부의 정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일부라도 존재하는 마당에 ‘완성된 정책’ 운운하는 것 자체가 반발 심리를 키울 수 있다. 혹시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은 오로지 ‘투기꾼’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 차관은 “행정구역에 얽매여 서울주택 수요는 서울에, 경기도는 경기도에 해야 한다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라고도 했다. 서울 강남을 포함한 주택수요가 수도권 곳곳으로 얼마든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란 가정이다. 서울 강남권 등 주택수요가 많은 곳이 아닌 경기도에 대규모 주택 공급계획을 세운 것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김 장관은 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3기 신도시가 강남 수요를 충족할 곳으로 적합하냐는 질문에 “강남이 좋습니까?”라고 비꼬듯 반문했다. 강남에 집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속물 취급하는 듯한 태도다. 그리곤 “서울,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지역이 국민이 원하는 주거 여건을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동문서답’(東問西答)했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김 장관이 현실을 모르거나,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주택사업자들은 요즘 수도권을 하나로 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더 이상 수도권, 지방으로 나누지 않는다. 수도권에서도 강남 시장이 따로 있고, 강북 시장이 따로 있다. 더 세부적으로 서울도 도심권, 동북권, 서북권, 서남권, 동남권 등으로 나누고 경기도 역시 경부권, 서해안권, 동부1권, 동부2권, 경원권 등으로 세분한다. 주택 수요를 분석할 때는 사실 이보다 더 정교하다. 시별로 제각각 주택 수요층이 다 다르다. 주택수요가 겹치는 지역도 상이하다. 실제 집값만 해도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최근 5년간 40% 이상 오른 곳도 있고 4% 가까이 빠진 곳도 있다.

이런 마당에 ‘3기 신도시’라며 수도권 한쪽편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한다고 발표해 놓고, 서울 강남 수요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는 게 시장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를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낡은 사고방식이다. 수도권 30만가구 추가 주택공급계획 발표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 서울 강남 집값은 오히려 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건 이때문이다. 강남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전망을 흐리게 했던 각종 이슈는 대부분 마무리됐다. 6월 1일 보유세 부과로 인한 시장 효과도 이미 사실상 결론이 났다. 집값이 계속 더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긴 아직 이르다.

박일한 소비자경제섹션 부동산팀장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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