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국은 태평하다. 정부는 AI 연구 자금이라며 각 대학에 '푼돈'을 나눠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이다. 이미 AI 인재에선 이란·터키보다 뒤졌고, 세계 AI 유니콘 랭킹 100위 안에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있지만 지난 1년 8개월간 AI 관련 회의는 한 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서울대에선 AI 분야를 배우려는 학생은 넘쳐나는데 정원 동결과 학과 이기주의 탓에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15년째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하고 있다.
AI는 국경을 넘어 모든 국가 이용자의 데이터를 학습 재료로 쓰며 기술과 서비스를 무한 진화시킨다. 미국 구글과 중국 틱톡이 세계 빅데이터 시장을 휩쓸고 있는데 한국은 구경만 하고 있다. 이대로 몇 년만 더 가면 AI 후진국을 넘어 사실상 'AI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가 가진 데이터는 모조리 해외에 내주면서 국내에선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묶여 기업들이 제대로 데이터를 수집·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인 클라우드 시장을 해외 기업에 거의 넘겨준 상황이다.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 중 80% 이상이 미국 아마존과 MS의 클라우드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세계 산업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빈틈을 찾아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해온 나라다. 기초 원천 기술은 부족해도 기민한 선제 대응으로 반도체에서도 생산 대국으로 올라섰다. 그런 나라가 언제부터인지 오가는 얘기는 거의 모두 '과거사'뿐이고 미래에 무엇을 먹고 살 건지에 대한 치열함은 실종됐다. 정말 앞으로 무얼 먹고 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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