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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레이더A] `아세안 디스카운트`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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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세안 대사로 가게 됐다고 하자 많은 분들이 싱가포르를 얘기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 뉴욕의 유엔 대표부 수준으로 지위를 격상한 아세안 대표부를 이끌게 된 임성남 신임 주아세안 대사는 '싱가포르로 가느냐'는 질문을 꽤 받았던 것 같다. 아세안 대표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의 대표 협의체인 아세안사무국을 비롯해 아세안 관련 기구와 재단도 자카르타에 자리 잡고 있다. 자카르타 도심고속철도(MRT)에 '아세안역'까지 있다.

아세안 대표부 소재지를 모르는 것은 그렇다 쳐도 더 큰 문제는 '아세안 디스카운트(discount)'다. 아세안을 몇 번 다녀온 뒤 '가성비가 좋은 관광지' 또는 '우리보다 조금 못 사는 나라' 정도로 낮춰 본다. 아세안 청년은 허드렛일을 하는 노동자, 아세안 기업은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 아세안 상품·서비스는 싸구려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이 의외로 많다.

아세안 청년을 말하자면 엘리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직원들 중엔 해외 명문대 출신이 많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소셜미디어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일한다. 정보기술(IT)로 교통 지옥, 환경 오염, 금융·의료 사각지대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도전 의식으로 꽉 차 있는 모습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한국 청년들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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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기업들은 아세안 지역 최대 투자자로 등극했다.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 이후 아세안 10개국을 단일 시장으로 보고 역내 투자를 늘리는 토종 기업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2017년 기준 아세안 역내 직접투자에서 아세안은 266억달러로 전체 투자액 중 19.4%로 1등을 차지했다. 2위와 3위인 중국(191억달러)과 일본(132억달러)보다 많았다. 그랩과 고젝, 트래블로카 등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아세안 전역에서 사업을 전개한다. 베트남에 올인하거나 태국 따로, 인도네시아 따로 등 '하나만 보고 열을 보지 못하는' 한국 기업보다 한 수 위다.

아세안 특산품 중엔 우리만 잘 모를 뿐 세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들이 많다. 예컨대 캄보디아 후추 '캄폿(Kampot) 페퍼'는 미쉐린 최고 등급을 받은 유럽 레스토랑에서 사용된다. 임 대사는 "아세안에 대해 더 잘 알고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한국의 제2대 교역국이다. 아세안은 매년 5% 이상 성장하고, 인구 6억4000만명으로 중국·인도·유럽에 이어 세계 4대 시장이자 30세 이하 인구가 3억5000만명인, 중국·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노동력을 갖고 있다. 한국이 아세안을 미래 핵심 파트너로 삼고자 한다면 겸손한 자세로 우리가 아세안에 대해 갖는 이미지부터 바꿔야 한다.

[국제부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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