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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VIEW POINT] 황교안, 광주의 환대 기대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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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5·18을 부정하는 집회가 광주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렸다. 극우단체 회원 900여 명이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장소인 광주 금남로에서 '부산갈매기'를 부르며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 노골적인 모욕에도 광주 시민들은 침착했다. 불필요한 소요로 5·18이 폄훼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전략적 무대응'을 택한 것이다. 5·18 유공자이기도 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광주시민 특유의 '정치적 성숙'을 두고 "깊은 고통이 준 반대급부"라고 설명했다.

극우단체가 금남로 한가운데에서 5·18을 모욕하는 집회를 열 수 있는 정치적 자유를 누리는 것은 역설적으로 '80년 광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광주의 고통은 나눠 짊어지지 않은 채 광주를 통해 쟁취한 민주주의의 열매만 누리고 있는 것이다.

슬라보이 지제크는 "정상적인 사회란 누군가가 '강간을 하고 싶어'라고 말했을 때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정신 나갔어'라며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이냐면 길거리에서 터져나와도 '비정상'인 극단적 주장이 진지한 공론장인 국회 공청회에서도 터져나오고 있을 정도다. 지난 2월 김진태·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선 "5·18은 폭동"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 등 망언이 속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 기념사에서 밝혔듯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는 문제지만, 제1야당 의원들은 이를 이념 문제로 집요하게 호도한다. 한국당 지도부 역시 이들에 대한 징계를 차일피일 미뤄 극우적 광기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 5·18의 부채를 광주시민과 나누어 짊어지고 함께 성숙해야 한다. 상실은 마치 샘과 같아서 또 다른 상실과 물줄기처럼 이어지게 마련인데, 우리 사회에선 매번 '연대'가 아닌 '분열'의 기제가 돼 왔다. 5·18에서부터 세월호까지 번번이 진실은 은폐됐고 희생자는 고립된 채 사회에 맞서야 했다.

우선 연대의 고리를 차단하는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멈춰야 한다. 한국당은 5·18 망언자 징계부터 철저하게 해서 다시는 내부에서 5·18을 모욕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한 광주시민은 눈물을 흘리며 "5·18은 놓을 수 없는 기억이다. 광주의 대학에선 선배들이 야밤에 후배들을 망월동 묘역으로 불러내 무덤 사이를 함께 거닐곤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 시민들이 '메멘토 모리' 속에 투쟁을 이어온 이유는 그날의 발포명령자조차 여태껏 색출·단죄된 바 없기 때문일 것이다.

'80년 광주'를 기획했던 전두환 씨 등에 대한 사법적 책임과 함께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역사적 책임을 묻는 일은 진상규명에서부터 시작된다.

여야 합의로 출범하기로 한 5·18 진상규명위원회가 한국당의 조사위원 추천 태업으로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북한군 개입설을 주도해온 지만원 씨를 위원으로 검토하기까지 했던 한국당이 추천한 인물에서는 진상 규명에 대한 어떤 의지도 읽을 수 없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5·18 망언 의원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징계를 하고 진상 규명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한 뒤 광주를 찾는다면 광주 시민들도 따뜻하게 환영할 것이다.

[윤지원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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