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사서 ‘망언’ 작심 비판 / 한국당 “반쪽짜리 대통령 모습” 반발 / 文, 23일 부시 前 美 대통령 접견 예정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2017년 5월에 이어 2년 만에 참석해 발표한 5·18 기념사를 두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 광주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우리 사회 일각의 ‘5·18 부정’ 행태를 작심 비판했다.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럽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지적은 5·18을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확고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이번 5·18 기념사는 평소 과거사에 단호한 태도를 보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5·18을 이용해 국민 분열과 대립을 유도하는 일부 정치권과 보수 진영 일각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강도가 셌다는 평가다. 즉 ‘5·18 망언’을 일삼는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과 이를 제대로 매듭짓지 않는 황교안 대표 등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5·18 망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 2월 한국당 의원들의 망언이 불거졌을 때 한 발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화의 역사와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결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2월18일 수석보좌관회의)이라고 말했다. 5·18은 보수와 진보, 영·호남의 지역을 초월해 우리 국민의 공통된 출발점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여야 대표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 중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연합뉴스 |
특히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념사에서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바로 ‘자유’이고 ‘민주주의’였다”고 한 부분과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이 각각 518번 버스와 228버스(대구 2·28 민주운동을 상징)를 운행하며 ‘달빛 동맹’을 맺었다고 소개한 대목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진실 규명’이야말로 “무거운 역사의 짐을 내려놓는 일이며 비극의 오월을 희망의 오월로 바꿔내는 일”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하지만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야말로 ‘과거사’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반쪽짜리 대통령의 모습이지 통합의 메시지는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3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할 예정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식에서 자신이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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