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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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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반려동물 입양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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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아의 '우리 산책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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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나는 1960년대, 아동보육기관이 있을 턱이 없는 섬에서 자랐다. 그곳엔 해변의 모래사장과 갯벌, 논과 밭, 동네와 높이가 같은 한 뼘 넓이의 야산이 군데군데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나같은 조무래기들이 뛰어 놀 공간은 부족하지 않았다. 전쟁놀이, 숨바꼭질, 오징어 놀이, 갯벌에서 조개 캐기, 시누대로 만든 천대(낚싯대)로 짱뚱어나 개구리 낚기 등 놀잇감도 넘쳤다. 개구리 낚기의 미끼는 노란 호박꽃이었다.

그런 내게 반려동물, 특히 개를 키우는 것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일이었다. 물론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집들은 있었다. 그러나 고양이는 주로 쥐를 잡는 목적, 개는 또 다른 어떤(?) 목적으로 기르는 경우가 흔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둘째 형이 강아지 1마리를 사와 당시 유행하던 영어이름인 에스(S)라고 붙여주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후 에스는 순식간에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됐다. 초등학교 진학 직전이었으니 하루 종일 에스와 붙어살았다. 동네 조무래기들과의 모든 놀이에 에스는 나의 경호원이거나 부하를 자처했다.

빈 밥그릇을 땅에 두드리면 죽어라 뛰어오는 에스가 재미있어 하루 종일 놀려먹기도 했다. 하루 백 번 그런 장난을 쳐도 에스는 화를 내지 않았다. 빈 그릇을 보며 멍 하는 자신의 모습에 배꼽 잡고 웃는 나를 보며 오히려 흐뭇해했던 것 같다. 어느 한 겨울에는 바다 일을 나간 부모님의 쪽배를 뒤쫓아 해협을 횡단하는 모험도 불사했다.

그랬던 친구 에스가 어느 날 밤 갑자기 죽어버렸다. 이웃집에서 쥐를 잡기 위해 밭에 뿌렸던 쥐약을 먹은 탓이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널브러진 에스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어른들이 에스를 들쳐 업고 나갔고, 나는 그날 생전 처음 밤이 새도록 서럽게 울었다. 이후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사람과 정들고 헤어지는 일도 힘들거늘 개에게까지 그럴 필요가!'가 이유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개, 고양이와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지인의 말을 듣고 신념(?)에 충격을 받았다. 물론 이전에도 개나 고양이에 대한 찬사로 거품 무는 사람들 이야기에 '나도 반려동물을?' 이란 마음이 생기긴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인이 "최근 아픈 개를 치료하는데 5백만 원이 들었다"는 말을 했고 "그 돈이 아깝지 않느냐?"고 되묻자 "그동안 그 친구가 나와 우리 가족에게 베푼 것에 비하면 껌 값, 전혀 아깝지 않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아! 반려동물의 가치가 이것이구나!'하고 무릎을 쳤다.

그러니까 지금 나처럼 반려동물 입양에 대해 심히 고민 중인 사람이 있거든 임정아 신간 '우리 산책할까요 - 내 인생에 들어온 네 강아지' 일독을 권한다. 지난 30년 동안 '까미, 바람이, 샘이, 별이' 등 4마리의 개와 부대꼈던 저자의 반려견 동거담인데, 앞의 3마리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책에는 '인간을 능가하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반려견의 사랑'이 범람한다. 반려동물 입양을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다면 한방에 풀어줄 해결사가 돼줄 것이다.

◇ 우리 산책할까요 - 내 인생에 들어온 네 강아지 / 임정아 지음 / 낭소 그림 / 한길사 / 1만 5500원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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