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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국 관세폭탄 피한 현대차···'정의선 프로젝트' 남은 위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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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I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검토 중이던 자동차 고율관세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이 조치가 최종 확정되면 최대 4조원 이상의 수출 손실을 우려하던 한국 자동차 업계로선 한숨을 돌리게 된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플로리다주 파나마비치에서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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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장 반등을 노리는 현대차의 앞길에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최대 위협으로 꼽혔던 고율 관세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이후, 미국시장 반등을 통해 부활을 도모해 온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입장에선 큰 장애물 하나가 치워진 셈이기도 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할 행정명령안에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징벌적 관세에서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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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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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입의 국가안보 위협성을 조사한 보고서를 지난 2월 제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18일까지 이 보고서를 검토해 동의 여부와 대응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블룸버그 통신이 입수한 행정명령안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연합(EU)·일본과 수입제한(쿼터)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고율관세 부과 결정을 11월 14일까지 연기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함께 한국·캐나다·멕시코 등은 고율관세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자동차 교역 문제에 합의한 상태다. 한국은 미국과의 FTA 개정안 협상을 마무리하고 올해 초 발효됐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합의해 의회 비준을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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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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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과 중국시장 부진 등의 여파로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영업이익이 3조원에도 못 미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9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수석부회장직에 오르면서 사실상 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오늘날의 현대차를 있게 한 미국시장 부활 역시 그의 가장 큰 과제였다.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미국시장 부진의 원인이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현대차 딜러망을 개편하는 등 미국시장 반등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달엔 닛산 전사성과총괄(CPO) 출신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도요타·푸조시트로엥·닛산 등을 거친 글로벌 시장 전문가로 현대차가 외국인을 사장급 임원으로 영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시장 반등은 일단 성공적이다. 지난달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점유율 8.2%를 기록해 2017년 이후 2년 만에 8%대에 복귀했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5월 미국 시장점유율 10.1%를 기록한 뒤 8~9%대를 오가다 2017년 12월엔 6.6%까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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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자동차가 고율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면 미국시장 반등을 노리는 현대차는 가장 큰 장애물을 제거하게 된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런현대 딜러샵. [사진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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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제외 조치가 최종 확정되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일단 큰 걱정 하나를 덜게 됐다. 기아차가 멕시코에서 완성차 공장을 운영 중이어서 멕시코의 고율관세 대상 제외도 희소식이 된다.

미국시장 반등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 남은 가장 큰 위협은 세타2 엔진의 결함 이슈다. 현재 미국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과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현대차의 미국 내 세타2 엔진 리콜이 적절했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이 탑재된 차량에서 시동 꺼짐, 화재 등의 사고 발생 가능성이 제기돼 2015년과 2017년 대규모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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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게 미국시장 반등은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사진은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29일 열린 '칠레공화국 대통령 초청 경제5단체 주최 환영오찬'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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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안착과 향후 출시될 신차들의 성공도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소형 SUV 베뉴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 GV80 등의 미국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측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아직 미국의 고율 관세 제외 조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마지막까지 촉각을 기울여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현지 생산시설을 통해 미국경제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점을 미국 정부가 충분히 인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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