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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박근혜, 강제징용 사건 ‘개망신 안 되도록 하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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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전 외교수석, 법정서 업무일지 공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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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정부 의견을 전달하라고 지시하면서 “개망신 안 되도록 하라”고 발언한 정황이 당시 청와대 관계자 업무일지를 통해 드러났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김규현 전 외교안보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김 전 수석의 업무일지가 서증조사를 통해 공개됐다. 2015년 12월 작성된 업무일지에는 “강제징용 사건 관련 정부 의견 분명하게 조속히 보낼 것. 개망신 안 되도록. 세계 속의 한국 유념. 국격 손상. 지혜롭게 처리하라”는 문구가 적혔다. 김 전 수석에 따르면,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그대로 받아적은 것이다. 2015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한일 합의 문제를 보고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 전화를 걸었고 박 전 대통령이 통화 말미에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정부 의견을 대법원에 보내 문제를 종결하도록 하라’ 지시했다. ‘개망신 안되도록’ 표현은 말씀하시고 나서 표현이 좀 그러셨는지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고려하고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처리하라’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2012년 외교부는 대법원 판결이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판결 내용이 정부 입장과 맞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표현으로 이해했다”며 “2012년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이 망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이병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병세 장관에게 그대로 전달했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당시 2012년~2014년 외교부 차관보, 1차관을 차례로 역임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 수석을 지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와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윤병세 장관의 외교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재판을 지연시키고 재판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종헌 전 차장은 법관의 해외 파견 자리를 얻어내기 위해 외교부에 유리한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를 도입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임 전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제징용 사건 대법원 최종 판결을 최대한 늦추는 것을 승인했다”고 증언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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