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 '노가리'· 朴전대통령 '귀태' 등등
지지층 '분노' 자극, 결집·정국 전환 등 효과
전문가 "우월감에서 나온 표현…사회 피폐 우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및 북핵외교안보특위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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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알려진 ‘문빠, 달창’을 집회 연설 중 언급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국민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쥐박이’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은 연극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노가리’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오후 대구서 열린 한국당 집회에서 연설하던 중 “(대통령 특별대담 때 질문자로 나선)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받았다”며 “기자가 대통령에게 좌파독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도 못하느냐”고 발언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나 원내대표는 11일 밤 사과문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를 지칭하는 과정에서 그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며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결코 세부적인 그 뜻을 의미하기 위한 의도로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 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즉각 대국민사과를 촉구하고 나셨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달창’이라는 누가 봐도 생경한 단어를, 법관 출신인 나 원내대표가 의미도 유래도 모르고 썼다는 말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라며 “나 원내대표는 정식으로, 보다 정중하게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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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이런 막말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4년 한나라당 (자유한국당 전신) 일부 의원은 연극 ‘환생경제’에 배우로 나서 연극 대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환생경제’는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2004년 8월 전남 곡성에서 선을 보인 공연이다. 연극 줄거리는 늘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를 ‘노가리’의 아들 ‘경제’가 후천성 영양결핍으로 죽었는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배우로 나선 의원들은 노 대통령에 “노가리”, “육X헐 놈”, “개X놈” 이라고 비난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의원들과 함께 ‘환생경제’를 관람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런 막말 논란은 민주당이 야당 시절인 2009년에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천정배 의원은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주권을 짓밟은 쿠데타 정권”이라며 “쥐박이·땅박이·2MB”라는 발언을 거침없이 했다.
이에 김효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쿠데타가 뭐냐, 화장실에서 가서 귀를 씻고 오고 싶은 심정이다”라면서 “MB에게 표를 던진 우리 국민이 쿠데타 세력이냐”고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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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정치권 막말 대상에 휩싸인 바 있다. 2013년 12월 양승조 당시 민주당 의원은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7월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만주국의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언급했다. 해당 발언 직후 이른바 ‘귀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홍 대변인은 이튿날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다.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암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한 것은 언어 살인이며, 국기 문란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대통령 위해를 선동ㆍ조장하는 무서운 테러”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권의 '막말'에 대해 의도했는지 여부를 떠나 특정 계층의 분노가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지지층의 분노를 대신 표현해 지지층 결집의 효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 정파가 주도하는 정국에서는 막말을 통해 정국을 전환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막말을 한번 사용하게 되면 결국 더 자극적인 말을 찾을 수밖에 없고, 우리 사회는 망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면 상대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스스로 우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정치인들이 막말을 쓰는 심리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런 언어를 계속 쓰다보면 결국 더 자극적 말을 찾을 수밖에 없고 결국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면서 “사회는 피폐해질 수밖에 없어 자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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