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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국, 예정대로 '관세 인상'…시진핑 친서 '타결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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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대표단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무역담판을 시작했지만 첫날 협상에서는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추가 협상을 시작하기 전인 10일 0시1분 예정대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단행하며 강경책을 꺼냈다.

미국 행정부가 이날부터 기존 10%에서 25%로 관세율을 올린 2000억달러(약 235조6000억원) 규모의 5700여개 중국산 수입품에는 광범위한 소비재가 포함됐다. 컴퓨터·부품, 휴대전화·통신장비, 가구, 자동차 부품, 의류, 장난감 등이 망라됐다. 미국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품목들이다.

그러나 10일 0시1분 이전에 중국을 떠난 제품은 관세 인상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중국산 화물이 선박편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데 소요되는 3~4주 동안 유예 기간을 둔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이 기간 중 미·중이 협상을 지속할 수 있다”며 “합의를 위한 유연한 시한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상무부가 관세 인상에 대해 “필요한 반격 조치에 나서겠다”면서도 구체적 방법을 밝히지 않은 것도 양국이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베이징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끝났을 때만 해도 무역전쟁 종결이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합의를 깨뜨렸다”면서 추가 관세 인상 조치를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미·중 협상을 앞두고 시 주석의 친서를 받아 이 친서가 협상 타결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으로부터 매우 아름다운 편지를 지난밤 받았다. 나는 아마 전화로 그와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이 친서에서 “함께 협력하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자”라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친서는 우호적인 어조 속에 강경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의 친서가 상냥하고 외교적인 어조였지만 ‘평등’이라는 표현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평등’에 대해 “미국이 중국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고 무역합의는 더 공평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 역시 9일 오후 5시 USTR에서 90분간 첫 협상을 진행했고, 이후 업무 만찬으로 대화를 이어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류 부총리는 협상에 앞서 CCTV 등 중국 취재진에 “성의를 가지고 왔다”면서 “현재 특수한 상황에서 미국 측과 이성적이고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 부총리는 시 주석의 특사 자격이 아닌 협상단 대표 자격으로 방문해 실권이 없고 결국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결단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첫날 고위급 협상에서 진전이 아예 없었다”고 보도했다.

양국이 이번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무역전쟁은 확대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결렬되면 2000억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외에 조만간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관영매체와 학자들을 통해 미국산 농산물 관세 인상이나 수입 중단, 미국 국채 매각 등으로 보복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또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사업 규제 강화나 승인 지연 등 비관세 장벽도 높일 수 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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