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일부터 관세를 올린다고는 했지만 당장 이날 통관 제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10일 0시 1분 이후 선적절차를 마친 제품들이 고율 관세 대상이다. 중국산 화물이 선박편으로 미국까지 가려면 보통 3∼4주가 걸린다. 미국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느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자국 대표단과 류허 부총리가 지휘하는 중국 대표단에 협상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양국 대표단은 9일 첫날 협상을 결론 없이 끝내고 10일 마지막 날 협상을 이어간다. 10일 통관 제품부터 당장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 같던 미국이 중국에 그만큼 여지를 준 것은 파국으로 가지 않으려는 의지로도 읽힌다. 협상결렬을 바라지 않는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지만 타결된 것도 아니다. 미국은 중국에 진출하려는 자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침해 및 사이버 절도의 금지 등을 요구하며 중국에 이행 담보장치를 법으로 보장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법적 보장 요구는 주권의 침해라며 행정·규제로 합의 내용을 담아내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쟁점들이 글로벌 경제 패권을 다투는 두 나라 모두에 국가 이익 관점에서 매우 민감하다. 그만큼 타결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승자 독식은 없다. 버티고 압박하면 상대가 굴복하리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치킨게임' 협상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협상 파국은 세계교역 규모를 급속도로 악화시켜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협상단은 유념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 이익은 물론 양국 최고 리더십의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걸린 협상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협상이 깨지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우리의 두 경제 대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 우리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을 중국에 수출한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80%는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미국에 수출되는 중간재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타결을 입으면 우리도 직격탄을 맞게 되는 구조다. 두 나라로의 수출이 줄면 수출기업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고용도 준다. 실물경제 타격은 결국 주가와 원화 가치 하락을 부르며 금융 자본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양국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협상결렬 시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큰 만큼 관련 당국이 똘똘 뭉쳐 치밀한 비상계획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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