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방문 ‘친재벌 회귀’ 우려에
“경제 도움된다면 누구든 만날 것
재판은 재판, 경영은 경영” 반론
“자영업자·최하층 노동자 등
고용시장 밖 문제 가슴 아프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시사
“1분기 마이너스 성장했지만
경제 체질 변화·회복세 기대”
신산업-제조업 성장동력 구상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의 대표 정책처럼 인식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점을 인정하며 아쉽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 필요성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한국 경제는 3만달러 시대를 여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와 일자리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면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개의치 않고 만나겠다며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에 대한 비판도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저녁 진행된 취임 두 돌 기념 <한국방송> 대담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질문에 “아쉬움이 많다”며 몸을 낮췄다. 문 대통령은 “고용시장 밖의 자영업자들의 삶이라든지 또 가장 아래층의 노동자들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일을 함께 해결하지 못한 게 참으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을 긍정하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대통령의 뜻이 직접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2020년까지 1만원이라는 공약에 맞춰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되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수용 가능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기 위해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날 공익위원 8명이 모두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진통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회에 공을 넘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법을 개정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이원화하려 하는데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발의한 최저임금위원회법 개정안이 3개월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데 대한 비판적 여론에는 적극적인 반론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삼성이 시스템반도체 중심으로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현장을 방문했다.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도움 된다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누구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자가 된다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날 삼성 방문을 앞두고 오전 국무회의에서는 대기업 오너들이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르면 경영권을 갖지 못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그러면 그것은 반재벌이냐, 상투적인 비판이다”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공장 방문이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을 두고선 “재판 앞두고 있는데 봐주기 아니냐는 것은 우리 사법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말씀”이라며 “재판은 재판, 경영은 경영, 경제는 경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선 “걱정되는 대목”이라며 최근 경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그는 “다행스럽게도 1분기의 마지막 달인 3월에는 저성장의 근원이었던 수출과 투자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고 좋아지는 추세였다”며 “하반기에는 잠재성장률에 해당하는 2% 중후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 경제는 세계에서 7번째로 인구 5천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3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기록하는 등 거시적으로 볼 때 크게 성공을 거뒀다”며 “이런 성공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향후 어떤 신성장 동력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비전을 밝혔다. 시스템반도체와 수소차 등 신성장 산업을 찾는 한편, 기존 제조업의 생산성을 강화하는 등 구조개혁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했다. 민간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최선의 지원책을 고민하는 충실한 보조자 역할을 맡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관련 영상] 디스팩트 LIVE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