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패스트트랙 원점 재검토” 맞불
전문가 “누구든 총대 메고 국민 설득을”
의원정수 300석을 고정한 채 비례대표수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탄 가운데 잠잠하던 의원정수 확대 주장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국회의원수 증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300석 안에 합의했지만 결국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지역구 의원의 반발을 잠재울 ‘의원정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원정수 증가에 불을 지핀 사람은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다. 박 의원은 7일 라디오에서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을 봐서 농어촌 지역은 보강시켜 주는 게 좋다”며 “그래서 처음 정치개혁특위 논의 때도 여야가 30석 내지 60석 증원을 검토할 때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인구 5000만명에 비해 300석은 적다”며 “패스트트랙에 최장 330일의 숙려기간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이고 국민과 함께 개혁해 나가자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정동영 대표도 지난달 23일 패스트트랙 추진을 당론으로 추인하면서 “지역구 축소 문제에 대한 당내 우려가 크고 축소 대상이 된 지역의 유권자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을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비례대표가 느는 대신 지역구는 28석 감소한다.
개정안 논의 단계에서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등은 의원정수를 330석으로 확대하고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배분하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지만 국민적 반발에 부딪혀 입장을 반영하지 못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 지금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안에 담았다.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논의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박 의원도 그렇고 모두 의원정수 300석은 적다며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결국 밥그릇 늘리기를 반영하자는 건데 한국당은 범여권 4당에 모든 것을 원천무효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동물국회’라는 비난을 받아가며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제 개편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려는 꼼수에서 시작된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구 의석이 많이 줄게 된 것을 뒤늦게 알자 민주당과 소수좌파 국회의원이 의원정수 증원을 주장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의 반대가 심하고 여야 4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지만 결국 패스트트랙이 종착역에 다다를 시점엔 여야가 의원정수 증원에 전격 합의할 가능성은 있다.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할 국회의원이 없는 데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도 본회의 통과라는 큰 목표를 위해 현실과 타협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의원정수를 확대하지 않고 지역구만 줄이면 선거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며 “패스트트랙이 끝날 시점에 여야가 의원정수 증원으로 의견 일치를 볼 수도 있는데 차라리 그 전에 누구든 총대를 메고 국민을 설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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