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자료사진.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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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관세 폭탄'을 들고 나온 것은 미ㆍ중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지식재산권(IP)'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 전만 해도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법제화에 동의하는 듯했던 중국이 태도를 바꿔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미국 측의 강경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주 베이징에서 열린 협상 당시 중국 측 대표들은 "법 개정 사안은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이전 협상에서 중국 측이 IP 보호 강화와 관련된 법 개정을 약속했다고 믿었던 미국 측 입장에선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특히 지난 주말 중국이 미국 측에 IP 보호 강화를 위한 법 개정 약속 등을 뒤집는 내용이 포함된 합의문 초안을 보내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화가 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를 '재협상 요구'로 해석했고,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폭탄' 트윗은 이 보고 직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주 협상 도중 우리는 중국의 약속이 후퇴했다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관세 제거 등 중요한 이슈들은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도 "지난주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역행이 명확해졌지만 중국 측 협상 관계자들에 의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했었다"면서 "중국인들이 이미 합의가 된 사항에 대해 다시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 측이 대규모 관세폭탄을 예고하면서도 중국 측에 이를 피할 길을 제시한 것은 이번 조치가 협상 결렬보다는 '압박용'이라는 분석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10일 0시를 기해 관세율을 인상하겠다면서도 협상이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이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경우 키맨은 류허 부총리다. 그가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고위급 협상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지재권을 둘러싼 중국 측의 입장 변화의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역시 난감해하면서도 일단 협상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일단 협상은 지속하겠다는 게 중국 측 입장이라고 분명히 했다. 겅 대변인은 "미국 측이 중국 측과 함께 노력해 상호 존중의 기초 아래 호혜 공영의 합의를 달성하길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다만, 미국으로 가는 협상단 대표가 류 부총리가 될지, 실무급이 될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 CNBC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일단 8~10일 워싱턴DC에 열리는 미ㆍ중 무역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지만 다만 당초 100여명에서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도 적극 검토 중이다. 협상 결렬에 대비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파악된다. 전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공고를 통해 중소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오는 15일부터 8%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준율 인하'는 그동안 중국의 핵심 경기 부양책으로 거론돼 왔음에도 중국 정부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아껴둔 카드다.
인민은행은 또 7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을 통해 시중 은행 시스템에 200억달러(약 23조원) 상당의 유동성을 추가로 투입했다.
바이밍 중국 상무부 국제시장연구소 부주임은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어떠한 압력에도 중국이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전문가들의 진단을 인용해 중국이 앞으로 꺼낼 수 있는 추가적인 경기부양 카드로 감세 확대, 가전과 자동차 구매 보조금, 금리인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이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1분기 예상보다 견조했던 중국의 경제지표가 추가 경기부양 필요성을 낮췄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율 인상 압박으로 불확실해진 미ㆍ중 협상 상황이 추가 경기부양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탠더드차타드은행(SC), 노무라 증권 등 외국 금융기관들도 이날 중국의 경기 부양책 확대를 점쳤다. 딩솽 SC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을 설계할 때 무역협상 결렬도 가정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 있다"며 "이제 그것을 꺼내들 때"라고 말했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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