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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박원순 시장 “우리는 초보. 대기오염원 찾아내는 런던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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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시장·전문가 만나 대기질 개선 논의

“차량·건물 배출가스까지 실시간 체크해

시민에게 정보 제공하는 시스템 벤치마크”

중앙일보

런던시는 지난달 8일부터 시내 중심부 21㎢ 구간으로 진입하는 배출가스 초과 차량에 대해 12.5파운드(버스 100파운드)를 부과하는 ‘초저배출구역(ULEZ·초록색 간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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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중심가인 ‘런던 월’ 인근 미노리스 거리. 도심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 ‘초저배출구역(ULEZ)’이라는 초록색 팻말이 붙어 있다.

런던의 명물인 ‘블랙 캡(택시)’ 기사인 스미스는 “여기부터는 혼잡 통행료와 공해 부과금으로 24파운드(약 3만6000원)를 내야 한다.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켜야 부과금이 면제”라며 “그래서 보조금 7500파운드(약 1140만원)를 받고 (배출 기준에 부합하는) 전기택시를 운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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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런던시가 ‘초저배출구역(ULEZ·ultra low emission zone)’을 시행하면서 달라진 거리 풍경이다. 강력한 대기오염 대책에 친환경 차량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ULEZ는 세인트폴대성당·타워브리지 등이 있는 런던 중심부 21㎢ 구간으로, 우리에게는 서울 사대문 안에서도 광화문·덕수궁쯤에 해당한다.

이곳으로 유럽연합 유해가스 배출 기준인 ‘유로4(경유차는 유로6)’를 미달하는 자동차가 진입하면 12.5파운드(약 1만9000원)의 ‘공해세’를 내야 한다. 위반하면 최대 1000파운드(약 152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말 그대로 ‘울트라(극단적) 공해 대책’인 셈이다.

런던의 ‘도심 공해세’ 도입은 세계 대도시 가운데 처음이다. 2016년 취임해 ‘대기오염과 전쟁’을 선포한 사디크 칸 런던시장이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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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디크 칸 런던시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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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칸 시장과 만나 “(런던의) 이 같은 도심 차량제한 정책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중동·유럽을 순방 중인 박 시장은 이날 칸 시장과 두 도시 간 대기질 개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칸 시장은 “대기오염은 보건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우리는 킬러(살인자)라고 부른다”며 “차량 등급제 같은 서울시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 역시 ULEZ와 ‘닮은꼴’ 정책을 추진 중이다. 서울에선 올 7월부터 종로구·중구 등 사대문 안 녹색교통진흥지역(16.7㎢)에서 배출가스 5등급 경유차 운행이 제한된다. 연말부터는 위반 차량에 대해 과태료 25만원을 물릴 방침이다. 향후엔 4등급 차량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박 시장은 이날 런던시가 펼치는 시민 중심의 대기질 관리에 관심을 나타냈다. 런던시는 시민들에게 ‘맑은 공기길(루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가령 런던브리지에서 세인트폴성당으로 가는 길이 A·B·C 세 가지가 있다면 시가 운영하는 ‘시티에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각각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보행자에게 알려주고,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ULEZ 정책을 입안한 프랭크 켈리 킹스칼리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10분 더 걸어야 하지만 오염물질 노출을 15% 줄일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식”이라며 “시민에게 정확한 대기질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대기질 관리가 촘촘하다는 얘기다. 런던시는 ULEZ 내 가로·세로 20m 구간마다 120개의 지점에서 대기오염원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폐쇄회로TV로 차량 번호판만 인식하면 차종이나 엔진·연료 종류, 속도까지 판단한다. 건물별 난방 에너지 배출량도 측정 가능하다.

박 시장은 “(런던과 비교해) 우리는 아직 초보적이다”며 “오염원이 어디서 오는지 파악하고, 관리하는 정책을 벤치마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200개인 미세먼지 측정망(간이측정망 포함)을 2022년까지 22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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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도시별 초미세먼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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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엔 또 다른 숙제도 있다. 런던과는 사정이 사뭇 달라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런던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7년 기준으로 12.5㎍/㎥였다. 런던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3분의 2가량(64.9%)은 교통수단에서 유발됐다. 켈리 교수는 “런던 시민들이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어 차량 통행제한에 반대하는 여론은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5.3㎍/㎥ 으로 런던의 두 배쯤 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초미세먼지 배출원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이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서울의 경우 자동차를 제외한 중국 등 국내외 요인이 70%에 이른다.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책 없이는 생활 불편과 생업 지장을 겪는 시민들의 저항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런던=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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