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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돈봉투 만찬으로 면직 처분돼 재판을 받고 있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빗대 ‘천박하다’고 발언한 재판장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공보관실 운영비를 가짜 영수증 처리해 마련된 비자금을 안 전 국장 소송의 재판장도 격려금 명목으로 받았은 것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전날 열린 안 전 국장의 면직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첫 공판이 열고 검찰에 들으라는 듯이 발언을 쏟아냈다.
박 부장판사는 이날 “요새 검사들이 판사들 기소하는 사례에 비춰보면, 만약 재판이 끝난 뒤 법원행정처 차장이 소속 법원장과 재판장 만나서 밥먹고 재판 잘했다고 격려금을 준다면 우리나라 검사들은 판사 수백명을 조사하고 기소했을 것”이라며 “공무원이 수사 끝났다는 이유로 두 보스가 만나 아랫사람 돈 주는 것이 너무 천박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판사들은 검찰의 관행을 잘 모른다. 큰 사건 끝나고 나면 서로 봉투를 만들어 주는 것이 관행인 것인가. 판사가 그랬다면 횡령으로라도 걸어서 수사한다 할 텐데 법원에 대해선 추상같이 수사하면서 본인들에 대해선 봄바람 불듯 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태도를 재판장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박 부장판사의 이런 발언에 대해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의 공소장과 대법원 내부 문건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서로 공모해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5000만원을 가짜 영수증처리로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부장판사는 전주지법원장 시절인 2015년 이 돈 가운데 800여만원을 격려금 명목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특별활동비를 이용한 격려금에 대해 검찰이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 등 징계와 사법처리를 했는데 대법원이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고 무죄를 내린 사안이고 법원이 (이 전 지검장의) 면직을 취소해준 게 팩트(사실)라며 “사실마저 틀린 내용을 재판장이 재판에서 안 전 국장과 재판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하는 건 엄연한 원님식 재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공보관실 운영비로 마련된 비자금 일부를 격려금으로 받은 것이 더 큰 문제인데 적반하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재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제때 징계를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 수사가 마무리된 직후인 2017년 4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 식당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당시 이영렬 전 검사장과 안 전 국장은 후배 검사들에게 돈이 들어있는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사를 지시했다. 검찰은 이 전 검사장과 안 전 국장은 김영란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둘은 면직처분 됐다.
그러나 이 전 검사장과 안 전 국장은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낸 바 있다. 이 전 지검장은 대법원에서 ‘부하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은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다’는 취지로 이 전 지검장에게 무죄를 확정 받았고,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면직처분 취소소송에도 승소했다. 반면 안 전 국장도 같은 취지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법무부가 항소해 2심이 진행중이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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