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주택 골목길’ 반려견 배설물로 골머리 / 한강공원, 운동기구 주변이나 예술 작품에서도 / 어두운 밤길에 배설물 밟기도 / 목줄 풀린 반려견이 잔디밭을 뛰어다녀도 ‘구경만’ / 배설물 처리도 단속 대상 누적 위반 시 과태료 50만원 ‘단속은 한계’ /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한 주택가 골목길 담벼락에는 ‘개똥을 치우고 가세요’라는 하소연 하 듯 경고문이 붙어 있다. |
반려동물 인구 1000만시대인 만큼 공원이나 주택가 등 어느 곳을 다녀도 반려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 한강공원은 서울시민이 찾는 대표적인 휴식공간이다. 날씨가 풀리면서 이른 아침부터 한강공원에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시민은 잔디밭에서 목줄이 풀린 반려견과 함께 잔디밭에서 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보행로부터 한강 변까지 곳곳에서 크기가 다른 배설물도 보였다. 잔디밭에는 '꼭꼭' 숨은 듯 풀숲에 가려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주먹보다는 조금 작은 배설물부터 큰 것까지, 바싹 말라 며칠 돼 보이는 것도 곳곳에서 보였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반려 인들이 늘면서 공원과 주택가는 그야말로 배설물로 몸살을 앓는다. 버리고 간 배설물 탓에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다. 일부 반려인 때문에 전체 반려인이 눈총을 받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인근 한 주민은 “이촌한강공원이 잔디밭이 넓고 반려견이 뛰어다니기 좋아 반려인들이 주로 찾는 공원이다”며 “사람이 뜸할 때 목줄을 풀고 뛰는 반려견을 쉽게 본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이촌 한강공원에는 치우지 않은 반려견 배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서울시가 세금 102억 들여 37개 예술 작품을 한강공원에 설치했다. 예술 작품 주변에도 어김없이 반려견 배설물로 띄어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인근 한 주민은 “잘 안 보인다고 생각 하나 봐요”라며 “자신들은 안 볼지 몰라도, 여기 지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다 봐야 하는 데 좋겠어요”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촌 공원은 휴일이나 주말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곳이다. 멀리서 보면 공원이 깨끗해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걷다 보면 반려견 배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민 이모씨는 “일부 주민들이 더 심한 것 같아요”라며 “누구나 똑같을 거예요. 반려견 배설물을 밟으면 좋겠어요? 휴일이나 주말만 되면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많이 뛰어다니는데, 배설물을 밟을까 봐 걱정되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 주택과 골목길 ‘목줄 풀린 반려견’ 활보…눈에 띄는 ‘배설물’
‘주택가 골목길’도 반려견의 배설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용산구 한 주택가 골목길. 주택가답게 개 짖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심심찮게 목격되는 목줄을 채우지 않은 작은 반려견도 보였다.
이날 쓰레기 더미 주변에서 잠시 주변의 눈치를 보다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은 채 자리를 뜨는 반려인도 눈에 띄었다. 계단이 높고 굽어진 골목길 곳곳에는 배설물을 밟고 지나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크기가 다른 작은 배설물뿐만 아니라 어른 엄지만 한 크기 정도 되는 것도 있었다. 바짝 바른 것도 있었다.
서울 남산 순환로 은행나무 밑 주변에는 치우지 않은 배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반려견 배설물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장 적발이 쉽지 않아 단속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배설물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그대로 둔 채 떠나는 일부 얌체 반려인 탓에 멀쩡한 애견인들도 덩달아 비난을 받고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주택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주택가 골목길 담벼락에는 “개똥을 치우고 가세요”라는 하소연 하듯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몰지각한 반려인이 산책하며 배설물을 그대로 방치 한 채 떠났기 때문이다.
인근 한 주민은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강아지를 키우는 주민들이 많이 늘었다”며 “수거를 하지 않고, 그냥 두고 가시는 분들이 종종 보지만, 혹시나 얼굴을 붉힐까 봐 보기만 한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촌 한강공원에는 치우지 않은 반려견이 잔디에 가려 눈에 잘 뜨지 않고 있다. |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견과 함께 외출할 때 목줄 등의 안전 조치와 함께 배설물을 수거해야 안다. 공공장소에서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거나 목줄을 채우지 않을 경우 최대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과태료 규정은 강화됐지만, 현장 적발 쉽지 않을뿐더러 규정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는 얌체 반려인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버려진 배설물 탓에 구청 직원들은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홍보물을 나눠주며 적극적으로 계도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단속은 일시적일 뿐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이 따라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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