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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개똥 치우고 가세요”…반려견 ‘펫티켓’ 어디에? [김기자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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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주택 골목길’ 반려견 배설물로 골머리 / 한강공원, 운동기구 주변이나 예술 작품에서도 / 어두운 밤길에 배설물 밟기도 / 목줄 풀린 반려견이 잔디밭을 뛰어다녀도 ‘구경만’ / 배설물 처리도 단속 대상 누적 위반 시 과태료 50만원 ‘단속은 한계’ /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주인이나 개XX들이나 다 똑같아! 개가 똥을 쌌으면 주인이 치우고 가든가 해야지. 자기들 집에서 똥 싸는 것은 치우면서 남 집 앞에서 싸면 그냥 가나. 내 집에 들어갈 때마다 똥 있나 없나 똥부터 확인해요.”

세계일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한 주택가 골목길 담벼락에는 ‘개똥을 치우고 가세요’라는 하소연 하 듯 경고문이 붙어 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시대인 만큼 공원이나 주택가 등 어느 곳을 다녀도 반려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 한강공원은 서울시민이 찾는 대표적인 휴식공간이다. 날씨가 풀리면서 이른 아침부터 한강공원에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 시민은 잔디밭에서 목줄이 풀린 반려견과 함께 잔디밭에서 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보행로부터 한강 변까지 곳곳에서 크기가 다른 배설물도 보였다. 잔디밭에는 '꼭꼭' 숨은 듯 풀숲에 가려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주먹보다는 조금 작은 배설물부터 큰 것까지, 바싹 말라 며칠 돼 보이는 것도 곳곳에서 보였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반려 인들이 늘면서 공원과 주택가는 그야말로 배설물로 몸살을 앓는다. 버리고 간 배설물 탓에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다. 일부 반려인 때문에 전체 반려인이 눈총을 받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인근 한 주민은 “이촌한강공원이 잔디밭이 넓고 반려견이 뛰어다니기 좋아 반려인들이 주로 찾는 공원이다”며 “사람이 뜸할 때 목줄을 풀고 뛰는 반려견을 쉽게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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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이촌 한강공원에는 치우지 않은 반려견 배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서울시가 세금 102억 들여 37개 예술 작품을 한강공원에 설치했다. 예술 작품 주변에도 어김없이 반려견 배설물로 띄어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인근 한 주민은 “잘 안 보인다고 생각 하나 봐요”라며 “자신들은 안 볼지 몰라도, 여기 지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다 봐야 하는 데 좋겠어요”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촌 공원은 휴일이나 주말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곳이다. 멀리서 보면 공원이 깨끗해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걷다 보면 반려견 배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민 이모씨는 “일부 주민들이 더 심한 것 같아요”라며 “누구나 똑같을 거예요. 반려견 배설물을 밟으면 좋겠어요? 휴일이나 주말만 되면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많이 뛰어다니는데, 배설물을 밟을까 봐 걱정되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 주택과 골목길 ‘목줄 풀린 반려견’ 활보…눈에 띄는 ‘배설물’

‘주택가 골목길’도 반려견의 배설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용산구 한 주택가 골목길. 주택가답게 개 짖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심심찮게 목격되는 목줄을 채우지 않은 작은 반려견도 보였다.

이날 쓰레기 더미 주변에서 잠시 주변의 눈치를 보다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은 채 자리를 뜨는 반려인도 눈에 띄었다. 계단이 높고 굽어진 골목길 곳곳에는 배설물을 밟고 지나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크기가 다른 작은 배설물뿐만 아니라 어른 엄지만 한 크기 정도 되는 것도 있었다. 바짝 바른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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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순환로 은행나무 밑 주변에는 치우지 않은 배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반려견 배설물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장 적발이 쉽지 않아 단속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배설물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그대로 둔 채 떠나는 일부 얌체 반려인 탓에 멀쩡한 애견인들도 덩달아 비난을 받고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주택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주택가 골목길 담벼락에는 “개똥을 치우고 가세요”라는 하소연 하듯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몰지각한 반려인이 산책하며 배설물을 그대로 방치 한 채 떠났기 때문이다.

인근 한 주민은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강아지를 키우는 주민들이 많이 늘었다”며 “수거를 하지 않고, 그냥 두고 가시는 분들이 종종 보지만, 혹시나 얼굴을 붉힐까 봐 보기만 한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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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 한강공원에는 치우지 않은 반려견이 잔디에 가려 눈에 잘 뜨지 않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견과 함께 외출할 때 목줄 등의 안전 조치와 함께 배설물을 수거해야 안다. 공공장소에서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거나 목줄을 채우지 않을 경우 최대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과태료 규정은 강화됐지만, 현장 적발 쉽지 않을뿐더러 규정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는 얌체 반려인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버려진 배설물 탓에 구청 직원들은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홍보물을 나눠주며 적극적으로 계도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단속은 일시적일 뿐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이 따라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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