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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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 괴롭히면 누구한테 신고하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일명 '태움'을 비롯한 상사의 폭언·폭행, 따돌림 등 직장 안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괴롭힘을 막기 위함이지만, 노동현장에선 시행 전부터 한계를 걱정하고 있다.
신고 접수와 조사 권한이 업주에 있기 때문이다. 정작 회사 내 먹이사슬 최상단에 위치한 사장의 괴롭힘은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을 상대로 폭행과 엽기 행각을 일삼았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3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2월 직장인 1506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중 경영진이나 임원인 사례는 전체의 35.6%에 달한다. 10건 중 3건 이상으로 상급자(42%)에 이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시민사회단체 '직장갑질 119'가 제보받은 직장 내 갑질사례에 따르면 노동현장에선 사장 등 업주가 괴롭힘 가해자인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광고회사 직원 A씨는 주 5일 근무 중 4일씩 야근을 강요받았다. A씨가 근무하는 회사 사장은 야근 때 저녁식사 시간이 30분만 넘어가도 '언제 광고주한테 연락 올지 모르는데 가까운 데서 먹으라'는 등 핀잔을 줬다.
참다못해 문제를 제기하자 사장은 A씨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A씨는 "없는 사람 취급하며 다른 사람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면서 주말 출근이 어렵다고 하면 개인적인 약속이 무엇인지 캐묻는다"고 하소연했다.
개인적인 일에 직원을 동원하는 업주도 있다. 한 사회복지시설 이사장은 직원에게 사택과 자녀의 원룸 청소를 하게 했다. 직원 가운데 1명은 지난 명절 때 이사장 가족의 산소에 벌초하러 가기도 했다.
사장 뿐만 아니라 업주의 친인척인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직장에서 이 같은 피해가 두드러진다. 모자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아들인 실장으로부터 괴롭힘을 받고 있지만 이사장인 어머니의 방치를 호소하고 했다.
실장은 중간관리자를 시켜 업무 태도를 일일이 감시토록 하고 수시로 "내 경영마인드를 따르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겁을 줬다. 업무를 완수해도 "주어진 일밖에 할 줄 모른다", "주인의식이 없다"고 다그치는 식이다.
실장은 출근시 복장 규정을 정해주고 그대로 입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실장의 괴롭힘을 토로했으나 어머니인 이사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사장의 부인이 여직원에게 전화해 "나잇값도 못 한다", "걸X다" 등 폭언을 쏟아부은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 사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해 신고토록 한 법이 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장이 가해자일 경우 감사가 이사회를 소집해 조사·징계토록 했지만, 그마저도 소규모 사업장 같은 곳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직장갑질 119 소속 최혜인 노무사는 "대규모 사업장이 아니면 이사회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노동청에 전담 부서를 만들어 사장에 의한 괴롭힘을 조사하고 집중적인 근로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진 기자 hjl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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