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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소년중앙] 반려견과 걷고 뛰며 함께 만든 댕댕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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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담이(시츄)와 산이(닥스훈트) 두 마리 반려견을 키우는 정재이 학생기자가 댕댕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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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가자” 하면 후다닥 문 앞으로 달려오는 우리 집 반려견을 위한 행사가 있습니다. 주인과 강아지가 함께 뛰는 마라톤 ‘댕댕런’이 그 주인공이죠. 강형욱 훈련사와 함께하는 ‘댕댕런’은 반려견·반려인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올해 주제는 ‘유기견’입니다. 21일 오전 행사가 진행되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평화의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이색풍경에 할 말을 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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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비숑프리제·웰시코기(위 사진부터) 등 다양한 견종이 댕댕런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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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개판일까요. 다양한 견종의 댕댕이들이 광장을 활보하는 모습이 장관이었죠.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볼터치를 하는 등 치장한 댕댕이, 친구들과 사귀려고 정신없는 댕댕이 등 여기가 바로 댕댕이 천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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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이(시츄)와 산이(닥스훈트) 두 마리 반려견을 키우는 정재이 학생기자도 댕댕런에 도전장을 내었습니다. 오늘 재이와 함께 개라톤을 펼칠 주인공은 담이입니다. 산이는 허리를 다친 적이 있어서 오랜 시간 달리는 게 힘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담이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몸을 덜덜 떨며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기 바빴죠. 약간 쌀쌀한 날씨에 추위를 느끼는 건지 강아지 친구들에게 겁이 먹은 건지 알 수가 없었죠. “담이가 원래 다른 개들을 조금 무서워해요”라고 재이 학생기자가 말했죠. 과연 담이가 댕댕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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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 훈련사가 무대 위로 올라와 유의사항을 전달했습니다. “배설물 잘 줍고, 줄 잘 잡고, 내 강아지가 상대 강아지한테 인사하고 싶어 하면 먼저 눈빛으 로 ‘우리 인사시켜 볼까요’라고 동의를 얻고 인사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강 훈련사는 올해 주제인 유기견에 대한 메시지도 전했죠. “노년, 마지막 길을 유기견으로 생활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어리거나 품종 있는 개는 입양이 빨리 되는데 일곱 살 넘어가면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 그런 안타까운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도 이렇게 보호자하고 같이 달리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친구들도 가족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씩만 해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런 친구들에게 관심을 한 번만 더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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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런에 참가한 개들이 반려인과 함께 달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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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댕댕런이 시작될 시간입니다. 총 5㎞ 코스며, 순위 경쟁을 위한 전문개라토너 코스 선발댕이 먼저 출발하고, 20분 뒤에 후발댕이 출발합니다. 후발댕은 뛰다가 힘들면 걸어도 되고 편안하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완주하면 됩니다. 재이는 후발댕에 도전하기로 했죠. 강 훈련사가 “RUN”을 외치고, 참여자들이 “with ME!”를 외친 후 선발댕이 출발했습니다. 개들이 한번에 쏜살같이 달리는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죠. 안 그래도 큰 담이의 눈이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견생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기 때문이죠. 재이와 담이도 출발선에 서서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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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이는 물도 미리 마시고 간식으로 배도 채웠죠. 대기하고 있는데 후발댕이 출발하기도 전에 선발댕 1위를 기록한 반려인과 반려견이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축하해줬죠. 어쩜 이렇게 빨리 들어올 수 있는 지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신호가 떨어지고 후발댕 참가자들도 출발했습니다. 주변 댕댕이들이 달리는 모습에 자극받았을까요. 담이가 정신없이 달려갑니다. 줄을 잡은 재이도 덩달아 달려가기 시작했죠. 한참을 달리다 보니 지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산책하는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어요. 1㎞ 지날 때마다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어 얼만큼 남았는지 예측할 수 있었죠. 2㎞를 표시하는 곳에서는 인증샷도 찍었습니다. “아직 3㎞가 남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요.” 힘들긴 해도 절대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댕댕런에는 리턴코스가 준비돼 중간에 힘들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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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날 때마다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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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걷는 게 쉽지는 않지만 예쁘게 핀 꽃, 숲길 등 다양한 모습을 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입니다. 중간에 댕댕이와 함께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곳이나 간식 이벤트, 반려견이 놀 수 있는 부스도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했죠. 재이는 댕댕이 스피드 퀴즈에 참여해 봤어요. “산책할 때 필요한 거 하나만 말씀하시면 돼요!” “목줄”이라 고 말하고, 담이에게 줄 소중한 사료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발걸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드러누워 쉬는 댕댕이, 풀밭에 몸을 뒹구는 댕댕이 등 저마다 댕댕런을 즐기는 모습도 다양합니다. 4㎞ 지점이라는 표시가 보이자 “1㎞ 남았어요. 조금만 힘내세요” 자원봉사자들의 외침이 들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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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내에는 반려인과 반려견을 위한 다양한 포토 스폿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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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완주인증서와 댕댕이 메달을 받은 정재이 학생기자와 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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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와 담이도 좀 더 다리에 힘을 내다 보니 진짜 골인 지점이 보입니다. 5㎞를 완주하고 재이와 담이는 뿌듯한 마음으로 인증샷을 남겼어요. 어느새 1시간이 훌쩍 넘어있었죠. 사실 담이는 1시간이 넘도록 오래 산책하는 편은 아니라고 해요. 댕댕런을 위해 충분히 무리한 셈이었죠. 중간에 재이가 잠깐 껴안고 걷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담이는 잘 걸어줬어 요. 덕분에 댕댕런 2019 완주인증서와 댕댕이 메달을 받았습니다. 담이는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재이 품에서 밝게 웃었죠. 힘들게 뛴 당신 즐겨라! 재이와 담이는 댕댕이 놀이터에서 어질리티 체험도 하고 애프터콘서트도 관람하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강 훈련사가 1~3위를 기록한 반려인과 반려견에게 시상 하며 댕댕런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 미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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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이(왼쪽) 학생기자가 강형욱 훈련사를 만나 행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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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이 학생기자가 강형욱 훈련사를 만나 ‘댕댕런’ 행사에 대해 간단한 질문을 해봤습니다.



댕댕런을 개최한 이유가 궁금해요.

같이 걷고 달리는 것만큼 반려견하고 친해지는 게 없어요. 우리가 구해주려고 하는 개들을 구한 다음에는 이런 활동들을 했으면 좋겠고 이 친구들이 건강하게 항상 우리 옆에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1000마리가 넘는 개들이 모였어도 사고 하나 없이 잘 진행될 수 있고,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전부 질서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시민의식도 보여주고 싶고 많은 사람들한테 증명해 보이고 싶은 거예요. 우리도 이런 행사를 주최할 수 있고 잘 진행할 수 있다고.

이번 주제를 유기견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고민도 됐어요. 왜냐하면 복잡하거든요. 유기견이 아닐 수도 있어요. 방치일 수도 있고, 그냥 누가 버렸다고 하면 막연하게 적으로 생각하는 느낌이 있는데 그러는 우리 또한 개를 버린 사람일 수 있거든요. ‘키우지 못해서 좋은 사람한테 줬어’ 사실 그 강아지도 버린 강아지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자기 자신을 항상 회피하고 보이지 않는 누구한테 욕만 하는 그런 모습이 너무 싫어서 이런 주제를 하는 게 싫기도 했어요. 그래도 보호소에 있는 노견들이 너무 안쓰럽더라고요. 죽는 날까지도 보호소에서 지내야 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그 친구들이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가는 길을 좀 편안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정하게 됐어요.

담이는 오늘 행사에서도 그렇고 평소에도 다른 강아지를 무서워하는데 이유를 모르겠어요.

우리도 그렇지만 친구를 무서워하고 겁이 날 수 있잖아요.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는 것도 어색할 수 있죠. 아마 기회가 많이 부족해서 그럴 수 있어요. 또 누구나 원하는 만큼의 거리가 있잖아요. 어떤 친구는 어깨 치면서 “야 !”하면서 친해질 수도 있고 어떤 친구는 가볍게 인사하고 싶기도 하고 원하는 만큼의 인사방법이 있을 거예요. 여기 있는 친구들이 너무 적극적이어서 싫어할 수 도 있죠. 그래서 나하고 정서가 맞는 친구들을 만나면 훨씬 더 좋아질 거예요. 너무 적극적인 친구들만 만나서 그럴 수도 있어요. 데면데면한 개들 있죠. 그런 개들 만나면 좋아질 거예요.



10대들이 댕댕런 행사에 참여하면 좋은 점이 어떤 게 있을까요.

성인이나 10대나 똑같아요. 반려견과 마음껏 뛰어다니고 산책할 곳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하잖아요. 댕댕런은 그걸 할 수 있는 곳이에요. 반려견과 더욱 친해질 수 있고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죠. 이런 행사에 참여하며 자신의 반려견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을 거 같아요.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이승연(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정재이(서울 경원중 1) 학생기자




학생기자 취재후기

중학교에 들어가고 바빠져서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강아지와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산책을 해도 다른 강아지를 많이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에 다른 강아지를 많이 만나서 담이와 산이도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거 같아요. 이번 행사에 엄청 많은 애견인들이 참여한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사랑하고 키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뿌듯하기도 했죠.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님도 만났는데 TV에서만 보던 분을 직접 보니 정말 신기했어요. 담이가 다른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이유도 알게 되어 좋았고요. 행사에 참여하고 나니 앞으로도 더 많은 추억을 담이와 산이에게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재이(서울 경원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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