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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뇌전증 어린이 70%는 완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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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중 교수

중앙일보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소아 뇌전증’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지금도 많은 어린이가 뇌전증을 앓고 있고 매년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지만 사회의 관심은 부족하고 오히려 편견이 심한 상황이다.

사람의 뇌에 있는 수많은 뇌세포는 전기신호를 주고받는다. 다양한 원인들로 뇌세포의 전기적 상태가 비정상적으로 흥분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발작이라 한다. 발작의 양상에는 의식의 변화, 뻣뻣하거나 떠는 비정상적인 움직임 또는 감각의 이상 등이 있다. 이런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 뇌전증이다. 뇌전증 유병률이 전체 인구의 0.5~1%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고 모든 연령대에서 발병하지만 소아기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어린이에게 가장 흔한 경련성 질환인 열성 경련은 뇌전증과는 다른 병이다. 열성 경련은 만 6개월~5세 사이에 발생하며 특히 2세 전후에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고열과 함께 의식을 잃고 팔다리가 뻣뻣하다가 까딱거리는 전신 강직, 간대 발작이 있다가 5분 이내에 멈추는 것이 전형적인 양상이다.

경련이 국소적으로 나타나거나 15분 이상 오래 지속되거나 발열 기간 동안 발작이 2회 이상 나타나면 복합 열성 경련이라 한다. 나중에 뇌전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 복합 열성 경련이 있거나 발달 지연이나 신경학적 이상이 있는 경우 또는 열성 경련이 만 5세 이후까지 지속되는 경우 소아신경과에서 뇌전증의 가능성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어린이의 뇌전증의 70% 정도는 항경련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로 발작이 잘 조절된다. 하지만 여러 약을 사용해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는 환자에 따라 케톤생성 식이요법이나 뇌전증 수술, 미주신경 자극기 삽입술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성인 뇌전증과 달리 소아 뇌전증은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점차 심해지기도 하는 등 변화가 큰 특성이 있다. 대부분의 소아 뇌전증은 예후가 좋지만 일부 난치성 뇌전증은 빠르게 악화하며 중증도의 발달이나 인지 장애를 동반하기도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린이가 뇌전증이 있다고 학습·운동·단체생활 등을 제약할 필요는 없다. 친구들이나 학교 선생님 같은 주변인들에게 질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증상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뇌전증을 정신 질환이나 유전 질환으로 오인해 환자를 기피하거나 차별하는 등 편견이 심한 편이다. 일반인에게 적극적으로 질환을 알려 사회적인 오해를 막아야 뇌전증을 앓는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낙인이 찍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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