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질환 3개 보유 46%, 약물 5개 복용 42%…노인병 전문의 양성 통합의료체계 시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문가 대담] 초고령사회 대비 노인의료 방향

"퇴원한 노인 보살피는 ‘전환기 의료’ 정착

지역사회 중심 커뮤니티케어 활성화 필요"

"일본 노인층 의료비로 지출하는 세금 급증

영양교육, 운동·사회활동 장려해 질병 예방"

오래 사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 저명한 식물학자인 호주 최고령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은 104세의 나이에 “특별한 질병은 없지만

건강하지 않아 불행하다”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구달의 이 말은 고령사회에 큰 메시지를 남겼다. 이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화두가 됐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다.

지난 22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열린 ‘한림-컬럼비아-코넬-NYP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초고령사회에서 의료인과 보건 당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세계 각국의 저명한 노인의학자 11명의 발표와

논의가 이뤄졌다. 심포지엄 현장에서 주요 연자인 이토 히데키 도쿄도립건강장수의료센터 이사장과 윤종률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만났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가 세계적 화두다. 각국의 고령화 진행 정도는 어떤가.


이토 히데키(이하 이토)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라고 한다. 일본은 현재 인구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윤종률(이하 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순서를 밟고 있다.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프랑스가 40년, 미국이 16년, 일본이 12년 정도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8~9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변화가 급격하면 더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고령사회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기나.


윤 노인들의 건강·복지 부분 모두가 문제지만 건강 측면에서는 보유 질환 개수가 많아지는 것이 특히 문제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은 세 가지 이상 질병을 가진 경우가 46%나 된다. 70세 이상부터는 보유 질환이 급증하는데, 평균 6~7가지의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살아는 있지만 건강하진 않은 것이다.

이토 여러 질환 때문에 병원을 자주 다녀야 하고, 만성질환이 오래되면 필연적으로 합병증과 기능장애 등이 생긴다. 활동성이 떨어져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격리될 가능성도 크다. 약물 복용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다. 75세 이상 노인의 42%가 5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약물을 다량·장기 복용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우울증, 위장장애, 뇌 기능 저하 등이 생길 수 있다.

윤 국가 재정도 문제다. 한국의 경우 노인 의료비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2030년이 되면 6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 활동성은 떨어지는데 의료비 지출은 늘어나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


이토 노인층에 지출되는 의료비 부담이 커져 세금을 많이 걷고 있다. 그도 모자라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노인 의료비를 일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 질병 발병률을 낮추는 것이다.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영양 교육이다. 영양 과다 또는 영양 부족으로 인한 질병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운동 장려, 셋째는 사회활동을 늘리는 것이다. 운동은 약만큼 좋은 건강 증진 효과가 있다. 사회활동이 중요한 이유는 치매 예방을 위해서다. 노인 질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치매인데, 노년기에 사회활동이 줄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확실한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노인 보유 질환 개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환기 의료’도 중요하다는데.


윤 전환기(회복기) 의료란 입원 치료 후 몸 상태가 나빠진 노인에게 일주일 이상 추가 치료를 제공해 몸의 기능을 입원 전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다. 노인은 입원 기간 동안 근육·신경 기능이 약해져 퇴원 후 다른 질환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병원의 사례만 봐도 뇌혈관 질환 노인에게 3개월 이내 추가 전환기 치료를 받게 한 결과, 운동·인지 기능이 향상되고 우울증도 개선됐다. 전환기 의료가 정착돼야 노인의 보유 질환 개수를 줄일 수 있다.

-일본에서는 노인 질환 예방과 효율적인 치료를 위한 ‘커뮤니티케어’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들었다.


이토 질환이 있는 노인 대부분이 병원이나 요양 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길 원한다. ‘커뮤니티케어’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케어를 받게 하는 시스템으로, 미국·영국 등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가 지역 사회에서 바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다학제지원팀을 만들었다. 퇴원 시 병원과 다학제지원팀이 모여 향후 치료 전략을 논의하고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윤 한국 역시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커뮤니티케어에 필요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추고 지역사회 중심의 건강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노인의료가 나아갈 방향은.


이토 앞서 말한 치료적인 부분을 넘어서 고령화사회에서 노인이 직면하게 되는 전반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노인에게 맞는 주거 환경 제공,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직업 연계, 정신건강 상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윤 노인의 특성을 잘 알고 다각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노인전문의’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음식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중복되는 약물은 없는지 살피고 지도하는 전문의가 많이 양성돼야 한다. 통합의료도 중요하다. 노인은 질병 보유 개수가 많아 여러 의사에게 협진·치료를 받아야 할 때가 많다. 다학제 치료를 받아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다. 이런 모든 활동에 국가 예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고령화사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각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글=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사진=김동하 기자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