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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유관순 열사 후손 특별채용···국회 매점에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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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관순 열사의 조카손녀인 유해인(53)씨. 이번달부터 국회 의원회관 2층 매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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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독립유공자 후손을 배려해줘서 감사하다. 유관순 열사의 후손으로 누가 되지 않게 살겠다”

이달부터 국회 의원회관 2층 매점에서 일하고 있는 유해인(53)씨는 유관순 열사의 조카손녀다. 그는 “3ㆍ1절에 가족들이 다 모이는데 유관순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고 했다.

3ㆍ1운동과 임시의정원 100주년을 맞아 국회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독립유공자 후손인 유씨를 매점 판매원으로 특별 채용했다. 독립유공자 예우 대상은 기존엔 직계 3대까지였지만, 유권해석을 통해 '후손'으로 폭을 넓혔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에 보답하기 위해 유공자 후손의 취업과 생계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서 일을 하다가 2년 전에 그만뒀다는 유씨는 "경제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는데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한다. 실제 독립유공자 후손 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17년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거주 독립유공자 가족 중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의 비율은 74.2%다. 유씨는 1년간 기간제로 일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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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천안 유관순 열사 사적지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아우내 독립만세운동 순국자 추모제에서 유 열사의 조카 유장부 씨(오른쪽)가 유 열사에게 추서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1등급)을 구본영 천안시장에게 기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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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씨의 선조 중 독립운동에 나선 이는 유관순 열사뿐이 아니다. 유씨는 “유관순 열사의 부모님이자 저의 증조부모인 분들도 모두 기미년 3월 1일에 순국했다”고 말했다. 유관순 열사의 큰 오빠와 올케, 사촌 등을 포함하면 총 9명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이번 국회 특별 채용엔 유씨 이외에 2명이 더 있다. 이원근 의사와 김상옥 의사의 후손들이다. 김상옥 의사의 손자며느리인 여현미(53)씨는 유씨와 함께 의원회관 매점에서 일하고 있다. 여씨는 “정부가 독립유공자 후손을 뽑는다는 소식을 여태 한 번도 듣지 못해, (이번에 합격하고도) 조금 얼떨떨했다"고 전했다.

‘전설의 총잡이’라 불리던 김상옥 의사는 의열단 등에서 활동하다가 1923년 1월 12일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후 일본 경찰과 대치하다 자결했다. 정부는 1962년 김 의사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이번 특별 채용은 홍보가 되지 않은 탓에 지원한 이가 7명에 불과했다. 익명을 원한 한 후손은 “(독립유공자 지원과 관련해) 거창한 구호나 이념보다 실질적인 부분이 중시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 총장은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 사업이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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