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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공수처' 집착하는 민주당, 그 뒤엔 盧 '논두렁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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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 환영나온 노영민 비서실장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과 공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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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다룰) 사법개혁특위가 안 되면 (선거법 다룰) 정치개혁특위도 안 되나?

A : ”상황을 좀 봐야 한다.“


Q : 사개특위 어려우면 정개특위도 어렵다?

A : ”내일(25일) 처리한다.“


Q : 사개특위 어려울 거란 전제를 아예 안 하나?

A : ”그렇다.“


24일 기자들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간의 문답 중 일부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야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처리를 등가에 놓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두 이슈의 무게가 다르다. 선거법 처리가 되면 좋다 정도라면 공수처 설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거부하고 사실상 입법 기능이 마비될 거란 걸 알면서도 공수처 드라이브를 건 이유는 뭘까.

여기엔 여권의 오랜 바람, 문재인 대통령의 소신과 친문의 뒷받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조국 수석 키우기와도 맥이 닿아있다고 해석한다.

공수처가 처음 정치권에서 회자하기 시작한 건 20년이 넘었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DJ)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게 처음이다. 검찰의 핵심 부서로 꼽히던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2002년엔 당시 민주당 신기남 의원의 대표 발의로 관련 법안도 발의했지만, 임기 말이었던 데다 검찰의 강한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공수처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대선 때다. 다음은 지난 2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ㆍ검찰ㆍ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한 발언 중 일부다.

“원래 사정 기관이 검찰이 있고 경찰이 있지만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에, 그래서 옛날에 특히 YS(김영삼 전 대통령) 정부 시절의 아들 사건, 또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시절의 아들 사건들을 거치면서 특별사정기구로서 공수처의 설치가 2002년 대선 때 이미 당시 노무현ㆍ이회창 양 후보 모두 공약이 됐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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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9일, 세종로 정부 종합청사에서 '검사와의 대화' 중인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 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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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검찰 개혁 의지가 특히나 강했던 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검사와의 대화’라는 형식적 파격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라는 파격 인사를 통해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였다. 이때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실무 작업을 지휘했던 이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공수처 설치와 검ㆍ경 수사권 조정 등 일련의 개혁 조치에 검찰을 ‘역대급’으로 반발했다. 당시 송광수 검찰 총장은 대검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내 목을 치라”고 대들었다. 강금실 장관은 취임 1년 5개월 만에 해임됐고, 이후 검찰 개혁은 흐지부지됐다.

10년에 가까운 보수 정권 집권기에는 수면으로 부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탄핵에 이어 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의 주류 세력인 친노 그룹에선 검찰권 견제라는 이론적 배경 외에 노 대통령의 죽음 이후 검찰 개혁은 사실상 ‘유훈’ 성격까지 띠게 됐다. 수사 당시 검찰의 망신주기를 상징하다시피 했던 ‘논두렁 시계’ 논란은 정치검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이 됐다.

공수처 설치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 중 한 명이 노무현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이다. 전 의원은 지난달 ‘공수처 설치를 진심으로 원하는 당신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여권 일각에선 정치공학적인 계산도 거론된다.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라고까지 불리는 조국 민정수석의 역할론과 직결된 얘기다. 한 중진 의원이 제시한 논리는 이렇다.

“내년 총선→문 대통령 임기 중반→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경로에서 지역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은 PK(부산ㆍ경남)다. PK를 상징하는 대표 인물이 필요한데, 조국 민정수석이 적임이다. 공수처 신설을 조 수석이 주도한 사법 개혁이 성과물로 내세워 정치적 덩치를 키울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수처 설치가 여권 입장에선 숙원일진대, 바꿔 말하면 한국당 입장에선 반드시 막아야 할 과제란 의미다.

특히, 청와대가 검찰과 달리 통제가 비교적 쉬운 사정기관을 신설해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짖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아예 “좌파 검찰청 하나 만들어 기존 검찰 권력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한국당에 검찰 출신 정치인이 많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본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검찰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이든 공수처 설치든 달가울 게 하나도 없다.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다”라고 의심한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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